미국 워싱턴에서 중국과 일본의 이른바 '야스쿠니 외교'가 사뭇 대조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공격하는 쪽인 중국이 공개 비난전을 전개하는 반면 수세에 몰린 일본은 '로키' 행보를 하면서 조용한 로비전에 주력하는 양상이다.
중국의 공세는 추이톈카이(崔凱天) 주미 중국대사가 주도한다. 특히 그가 지난 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거침없이 공격한 것은 워싱턴 외교가에서 연일 화젯거리다.
추이 대사는 "아베 총리는 반드시 중·일관계를 파괴한 역사적 죗값을 받아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개인적으로 이미 그에 대한 모든 기대를 접었다"는 초강경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에 주재하는 중국 대사가 미국도 아니라 제3국에 해당하는 일본 정부의 행정수반을 거명하며 공개 비난한 것은 외교적으로는 전례가 드문 일이다. 이에 따라 워싱턴에 주재하는 다른 국가의 외교관들까지 당혹스러워하는 눈치다.
추이 대사의 '강공'은 각국 주재공관을 통해 대일 비난 여론전을 총력 전개하라는 중국 외교부 본부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 일본대사는 '로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새해 들어 지난 7일 메릴랜드 로렐역에서 열린 최신식 열차 기념식에 참석해 '경제협력'을 강조한 것이 눈에 띄는 행보다.
해당 지역의 노후된 열차를 대신하는 열차는 일본의 가와사키 사가 네브래스카 주에서 생산하고 있는 7000 시리즈 열차로, 수개월의 시험운행을 마치고 올 하반기부터 투입된다.
사사에 대사는 기념식에서 "이 열차는 (1912년 일본 도쿄시장이 미ㆍ일 양국의 친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한) 벚꽃의 산업 버전"이라며 "미·일 양국간 우호와 긴밀한 경제교류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 제조업이 미국의 모든 여객열차의 40%를 공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의 공세에 대응해봐야 실익이 없다는 일본 본국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대신 여당 의원들이 나서 '정부 일'을 거들어주고 있다.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전 총리의 장남인 나카소네 히로부미(中曾根弘文) 전 외상이 이끄는 미·일 우호 의원연맹 대표단은 8일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워싱턴 조야의 인사들과 두루 면담하며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를 해명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