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수사에 얽히면 불운해진다?
윤석열 여주지청장과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 (자료사진)
채동욱 전 검찰총장, 윤석열 여주지청장에 이어 이번엔 권은희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이 '불운'한 인사가 됐다.
채 전 총장을 제외한 윤 지청장과 권 과장의 공통점은 수사외압을 '폭로'한 전적이 있다는 것.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특별수사팀 팀장이었던 윤 지청장은 지난해 10월 검찰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밝혔다. 또 황교안 법무부 장관,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이 이 '외압'과 무관하지 않음을 전했다.
당시 윤 지청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과정에서 법무부에 보고서를 작성해 내고 설명하는 게 2주 이상 걸린 점, 조 지검장이 국정원 직원들의 트위터 내용과 수사계획이 담긴 보고서를 보고 "야당 도와줄 일 있냐"고 격노한 점, 공소장 변경허가 신청 과정 중에서 조 지검장이 직무해제, 국정원 직원들 석방, 압수물 반환 등을 지시한 점 등을 '외압'의 증거로 제시했다.
조 지검장은 이런 윤 지청장의 행위를 '항명'으로 규정했고, 결국 검찰 지휘부의 허락없이 국정원 직원의 압수수색, 체포를 강행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청구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윤 지청장에게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권 과장 역시 지난해 8월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소신발언'으로 주목 받았다.
청문회에서 권 과장은 대선개입 수사를 이끌었던 수서경찰서 수사과장 재직 시절, 경찰 상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권 과장은 "주변에서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막는 지시에 고통을 느꼈다"면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지 말라는 지시를 한 것, 서울경찰청에서 '키워드'를 줄여달라는 요청이 온 것 등을 알렸다.
이후 권 과장은 수사 외압 관련 언론 인터뷰를 이유로 이성한 경찰청장으로부터 '서면경고'를 받았다.
지난 9일 단행된 경찰 총경 승진 인사 목록에 권 과장의 이름은 없었고, 이를 두고 '보복성 인사'라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경찰 측은 애초 유력한 승진 대상자가 아니었고, 권 과장의 계급정년이 여유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이 수사에서 윤 지청장과 권 과장의 인연은 남다르다. 권 과장의 폭로를 바탕으로 당시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이었던 윤 지청장이 수사를 진행해 김 전 청장을 기소할 수 있었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