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비롯한 노인성 질병의 위험성은 가족의 삶까지 망가뜨릴 수 있다. 특히 노인환자를 책임져야 하는 세대가 '인생2모작'을 설계해야 할 '40~50대'라는 점이 문제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노후질환 역시 늘어나고 있다. 이런 때 문제가 되는 건 자녀들의 간병비용이다. 노후자금을 한창 모아야 할 때 간병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집안에 노인환자가 있으면 '인생 2모작'을 설계하는 데 좋지 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노인성 질환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치매가 대표적이다. 20 08년 42만1000명이던 65세 이상 치매환자가 2012년 10월 54만1000여명으로 5년 새 28.5% 늘었다. 2025년에는 치매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600여만명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치매환자 54만1000여명은 10%에 육박하는 숫자다.치매는 50대 이상 시니어 계층이 가장 무서워하는 질병이기도 하다. 한 포털사이트가 50대 이상 회원 467명을 대상으로 가장 걱정되는 노후질병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59.7%가 치매를 꼽았다. 노인 사망 원인 1~2위를 다투는 암과 뇌졸중은 각각 17.1%와 15.6%에 그쳤다.
문제는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이 본인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경제적ㆍ정신적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치매의 경우 요양원 등에 들어가지 않으면 가족 중 누군가가 간병인으로 24시간 곁에 머물러야 한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도우미 간병인을 고용하곤 하는데, 고액의 간병비가 가계부담으로 돌아온다. 현재 치매와 같은 노인성 질환은 완치되기보다는 약물을 사용해 고통을 줄이거나 증세악화를 막는 데 급급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본인이 원하는 삶의 질은 물론 간병에 매달린 가족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은 더욱 심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2년 현재 치매 환자가 300만명을 넘는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환자라는 분석이다. 더욱이 기대수명의 상승과 핵가족화로 노인성 질환은 '노노老老간병'이라는 합병증까지 일으키고 있다. 실제로 노인성 질환에서 노노간병으로 이어지는 질병의 연쇄효과는 그 영향의 심각성으로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계를 보면 이런 사실은 더욱 분명해진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간병인의 대부분을 여성이 맡고 있다. 50세 이상이 간병인의 90%를 차지한다.
더욱 큰 문제는 간병을 이유로 이직이나 전직을 한 사람의 연령대가 40대 이상이라는 것이다. 40~50대는 자녀들의 교육ㆍ결혼 등의 이벤트로 목돈의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임금수준이 최고 높은 시기여서 은퇴자금을 준비할 최적의 시기다. 그런데 간병으로 이 시기를 보낸다면 은퇴준비 부족으로 본인의 은퇴 후 생활이 힘들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사회환경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우리나라는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공적보험인 노인장기요양보험은 혜택 범위가 제한적이고 일부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