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이 떼지어 날아가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전북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류 인플루엔자의 주범이 철새로 지목되는 가운데 환경단체가 말 못하는 철새들을 옹호하고 나섰다.
철새가 주범이라는 섣부른 주장은 AI 공포감과 철새 혐오감만 불러일으킬 뿐 아니라 가축사육환경 개선과 철새 서식지 보호대책 목소리를 짓누르는 행정의 무책임한 논리라는 것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22일 성명을 통해 “농림축산식품부는 고창 AI 발병 농가 폐사 오리와 인근 동림저수지에서 폐사한 가창오리에서 고병원성인 H5N8이 발견된 것을 이유로 AI 철새 유입설을 기정사실화했다”며 “이 같은 판단이 충분한 조사와 규명 없이 내린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또 “만약 AI를 철새가 유입한 것이 아니라면 정부 방역 체계의 혼선과 실효성 없는 방역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판단이다”고 주장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H5N8형 AI 출현이 국내 최초라는 이유로 농식품부와 전라북도는 철새에서 가금류로 감염됐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가금류 내에서도 AI 형질 조합에 따라 새로운 변이가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고 말했다.
또 최초 발병지인 고창 씨오리 농가가 지난해 11월 사전 예찰시 문제가 없었던 점도 철새 주범설을 반박하는 근거라는 설명이다.
이 단체는 “가창오리는 지난해 11월 초에 도래했고 AI 잠복기가 21일 점을 감안하면 12월 말에 들어서야 AI가 퍼진 점도 납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동림저수지에 도래한 20만 마리 철새 중 현재까지 폐사로 수거된 개체가 100여 마리 수준으로 폐사율 0.05%인 점도 전북환경운동연합이 드는 주된 근거다.{RELNEWS:right}
이 정도 폐사율은 겨울철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형편에서 약한 개체나 장거리 이동에 따른 체력악화 등으로 자연 도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정부가 ‘철새 주범론’을 고집하려면 자연 상태인 시베리아에서 고병원성인 H5N8이 발생하게 된 배경, 수거된 폐사 오리의 현황과 H5N8과의 연관성, 동림저수지와 영암호 등에서 추가 폐사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 등에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며 “지금 정부가 제시한 근거와 논리만으로는 철새에 의해 유발된 것이라 보기 힘들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