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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마니커 등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AI 위험성 소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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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 마니커 등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AI 위험성 소홀'

    전북 익산, 부안지역 대형 도계장 3곳…닭, 오리 사육농가 쏠림현상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국내 유명 닭, 오리고기 전문 판매업체들이 안정적인 원료 확보와 생산비 절감 등을 위해 개별 농가와 계약 사육하는 계열화사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계열화사업이 닭과 오리 사육농장의 지역 편중화를 부채질하면서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

    ◈ 닭, 오리 계열화사업…정부 예산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닭과 오리 계열화사업에 92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데 이어 올해는 284억 원으로 3배 이상 증액했다.

    이 같은 계열화사업 예산은 하림과 마니커, 체리부로 등 국내 유명 닭, 오리고기 전문 판매업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지원한다. 지난해는 5개 업체에 평균 18억4천만 원씩 연리 4%의 조건으로 지원했다.

    이 과정에서 계열화자금을 지원받은 전문 판매업체들은 도계장과 가까운 개별 사육농가와 계약을 통해 사료비와 시설비 등을 선 지급하고 닭과 오리를 공급받고 있다.

    이렇다보니 이들 대형 판매업체의 도계장 주변에는 닭과 오리 사육농가가 집중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번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전북지역의 경우 국내 닭고기와 오리고기 유통 물량의 21%를 차지하는 주식회사 하림의 익산 도계장과 시장 점유율 8%인 주식회사 동우 부안 도계장 등 대형 도계장만 3곳이 있다.

    주식회사 하림은 익산 도계장 인근 천200여 농가와 계약사육을 통해 닭과 오리를 공급받고 있다.

    또 시장 점유율 15%로 국내 2위 판매업체인 마니커는 경기도 동두천 도계장을 중심으로 500여 농가와 계약사육을 하고 있고, 3위인 체리부로는 충북 진천 도계장을 중심으로 충남 천안지역 농가까지 계열화를 확대하고 있다.

    닭 3천 마리 이상 사육하는 국내 3,144개 농가 가운데 64%가 전남과 전북, 충남, 경기도 등 서해안권 4개도에 몰려있는 가장 큰 이유이다.

    ◈ 계열화 사업…물류, 생산비 감축 vs AI 위험성 노출

    닭과 오리 계열화사업은 양계장에서 도계장까지 운송비를 줄이고, 사육농가의 관리비와 생산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축산 유통비 절감으로 이어져 도시지역 소비자들에게도 이익이다.

    그러나 대형 판매업체의 도계장을 중심으로 닭과 오리 사육농가 쏠림이 심해져 이번 전북 부안의 AI처럼 각종 전염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상존한다.

    그렇다면 국내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전북과 충남, 경기도 지역에 중복투자를 계속하면서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조류인플루엔자가 처음 발생하기 오래 전부터 이미 이들 지역에 도계장을 설치하는 등 투자를 했기 때문에 AI 위험에도 불구하고 공장 이전 등 체질 개선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닭고기 수입이 확대되면서 대형 판매업체들이 국내 전염병 발생에 대한 내성이 강해진 것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자료사진)

     

    ◈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 'AI 내성 강해졌다'…정부, 도계장 분산 유도

    지난해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모두 59만4천톤에 달했다. 이 가운데 70.3%인 46만4천 톤은 국내산 닭고기이고, 나머지 29.7%인 13만 톤은 수입산 닭고기이다.

    국내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지난 2011년부터 원료 다변화를 통해 닭고기 수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국내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들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도 충격을 흡수할 정도의 내성이 강해졌다.

    닭고기 수입이 없었던 2003년과 2008년 당시만 해도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으로 국내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도산 위기에 빠졌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결국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것은 닭과 오리 사육농가들이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개별 사육농가의 경우 대형 전문 판매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며 "아무리 AI 위험성이 높다고 해도 도계장 근처로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전했다.{RELNEWS:right}

    그는 또 "정부가 계열화사업 예산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전북과 충남 등 서해안권 4개 도에 도계장이 있는 대형 닭고기 판매업체에 대해선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도계장 한 곳을 이전하려면 2천억 원 이상이 소요돼, 정부가 이전을 강요할 수 없는 현실이다"며 "그렇지만 AI 등 닭과 오리의 전염병 집단 발생을 막기 위해선 대형 판매업체들이 강원과 경북 등 동해안권으로 계열 분사하는 방안을 적극 유도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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