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전통시장 앞.
인근 대형마트들은 휴무일이라 문을 닫았고, 날씨도 포근해 외출하기엔 부담이 없었는데도 시민들의 발걸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마지막 휴일이란 생각에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었지만, 시장을 찾는 손님이 없자 상인들의 한숨은 깊어진다.
영등포 한 채소가게 상인은 "오늘이 설 명절 전 마지막 일요일이라 손님이 많을 거라고 기대했는데 막상 문을 열어보니 사람이 너무 없다"며 "오후 2시부터 3시까지가 가장 한창인 시기인데 손님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울상지었다.
서울 종로구의 광장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 설 명절 특수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등포 전통시장에 비해 시민들이 많긴 했지만, 설 명절 선물세트를 사러 온 시민들이라기보다는 시장을 즐기러 나온 연인과 외국인 관광객 등이 대부분이었다.
광장시장 한 상인은 "경기 흐름이 너무 없다. 추석에 비해 1/3 정도로 매출이 급감했다"며 "어제부터 대목이어야 하는데 오히려 평상시보다 판매량이 못한 상황이다. 이 큰 시장에서 설 선물세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하루 10명도 안된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는 청량리 청과물 전통시장에서도 상인들의 한숨은 이어졌다. 설 명절 선물세트를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현저하게 줄고 있어 가게 안에 쌓여만가고 있다는 것.
청량리 청과물시장 한 상인은 "선물용 세트가 지난해와 비교해 1/3도 판매되지 않고 있다"며 "물건이 빠지고 다시 들여와야 하는데 전혀 판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시장 상인들마다 울상짓고 있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설 특수를 톡톡히 누리는 분위기다.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선 지난달말부터 1월 중순까지 설선물 예약판매를 진행하며 일지감치 설 대목을 누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설 선물 사전 예약판매 실적은 지난해에 비해 두자릿수 이상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24%p 가량, 신세계백화점은 14%p, 이마트는 57%p, 홈플러스는 43%p, 롯데마트는 138%p나 올랐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 16일부터 19일까지 4일 동안의 본판매 실적 역시 전년동기 대비 20%p 이상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는 다만 사전 예약 판매 실적이 전체 명절 선물 판매 실적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만큼, 본판매 실적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사전예약 판매 실적이 좋아 기대를 걸었으나 막상 본판매 때는 실적이 부진했던 '학습 효과'가 있어 섣불리 낙관하기 어렵다"며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곳곳에 대형마트가 들어선 데다, 클릭 한번이면 택배가 오가는 장기불황 시대에서 전통시장의 한숨만 깊어가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