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해커들이 빼낸 개인정보가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카페 어뷰징'에 이용되는가 하면 농협 직원이 빼낸 금융정보가 면세유 부정유통 범죄에 활용된 사실이 수사결과 드러났다.
포털사이트는 자사 카페에서 어뷰징 작업이 이뤄지는 사실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못했으며, 농협 또한 수년간 농민들의 금융정보가 빼돌려진 사실조차 파악하지 못해 책임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카드사 개인정보 유출로 전국이 떠들썩한 가운데 밝혀진 사건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28일 경찰에 구속된 개인정보 판매상 안모(35)씨는 2012년 6월 중국 현지의 동거녀(중국동포)를 통해 알게된 해커들로부터 국내 포털사이트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개인정보 20만건을 입수했다.
그는 이때부터 최근까지 국내 인터넷 카페 관리 대행업자 등에게 최대 건당 3천원 받고 판매해 1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안씨로부터 개인정보를 구입한 대행업자는 카페 가입자나 방문자 수를 늘려 평가지수를 상승시키는 수법으로 특정 단어 검색 시 해당 카페가 상단에 나오도록 했다. 이를 업계에서는 '카페 어뷰징' 작업이라고 부른다.
개인정보 단순 도용자인 카페 운영자, 파워 블로거 등도 같은 수법으로 광고주로부터 광고 의뢰를 받는 등 금전적인 이익을 얻었다.
이렇게 안씨에게서 개인정보를 구입해 활용한 대행업자나 단순 도용자들은 모두 2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을 통해 해당 포털사이트는 카페 어뷰징 작업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는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됐다.
포털사이트 관계자는 "건전한 카페활동을 방해하는 어뷰징 작업을 철저히 감시하려 모든 기술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찰에 함께 적발된 홍모(34)씨 등 농협 경기지역본부 산하 단위농협 직원 2명은 지난 5년 동안 농민들의 면세유 구매전용 카드번호와 만료일, 카드소지자 이름 등 금융정보를 빼돌려 석유판매업자 석모(46)씨에게 제공했다.
대가로 1천500만원의 향응을 받았다. 금품수수 여부는 아직 수사 중이다.
석씨는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면세유 판매 주유소에서 면세유를 구입한 뒤 화성시 소재 자신의 주유소에서 일반 소비자에게 과세유 가격으로 되팔았다.
이렇게 부정유통된 면세유는 43만ℓ로 시가 7억1천만원에 달하며 석씨는 이런 수법으로 2억2천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농협직원들은 농민이 면세유 양을 추가 신청한 것처럼 전산에 입력해 구매전용 카드의 한도를 높이는 수법으로 농민들의 눈을 속여왔다.
농협은 수년간 범죄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석씨에게 협박받아 5천여만원을 상납한 홍씨 등이 경찰에 자수하자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다.
농협 관계자는 "정부와 주기적으로 합동점검을 하는 등 면세유 부정유통을 막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났다"며 "감사기능을 더욱 철저히 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엔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정보가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며 "정보를 관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철저한 보안의식과 도덕성을 갖고 개인정보 보호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