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와 터키의 전격 단행을 계기로 주요 신흥국의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갈수록 가시화되면서 지난주부터 신흥시장을 뒤흔들어온 금융 불안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블룸버그는 29일 선진국과 신흥국의 증시와 환시장이 진정세로 돌아서면서 장세가 '리스크 오프'(risk-off: 안전 자산 추구)에서 '리스크 온'(risk-on: 위험 감수 투자)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시장 예상대로 금리를 대폭 인상했다.
중앙은행은 이날 긴급 회동에서 7일짜리 레포(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5.5%포인트 인상해 10%로 상향 조정했다. 은행간 초단기 금리도 7.75%에서 12%로 인상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중앙은행 회동 직전 "이 시점에서 금리를 올리는 데 반대한다"고 거듭 견제했으나 중앙은행의 결정을 막지는 못했다.
이제 시장은 30일 새벽(한국시간) 발표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FOMC는 신흥시장 소요와 무관하게 새해 실행된 테이퍼링(자산 매입 감축) 규모를 월 100억∼150억 달러 추가 감축하리란 관측이 중론이다. 그 규모는 이미 100억 줄어든 월 750억 달러이다.
시장이 신흥시장 불안에 과잉 반응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메릴 린치의 런던 소재 주요 10개국(G10) 통화 전략 책임자 아타나시오스 밤바키이스는 "지난주의 리스크 오프가 과다했다"면서 "일부 투자자가 반사 이익을 챙기면서 위험이 더욱 고조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테이퍼링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비둘기 성향의 선제 안내'도 곁들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것 역시 위험 감수 투자 회복을 촉진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모넥스 유럽의 런던 소재 시장 전략 책임자 에이미어 데일리는 "시장이 터키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달러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엔ㆍ달러 환율이 안정되는 것도 전반적인 리스크 온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국 중앙은행의 결단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꼬리를 물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런던 소재 신흥시장 전략 책임자 투르커 함자오글루는 "말로만은 충분치 않다"면서 "시장이 원하는 것은 (신흥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상을 놓고 벌어졌던 터키의 기 싸움을 지적하면서 "늦어질수록 대가가 커진다는 점을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브라운 브라더스 해리먼도 보고서에서 "취약 신흥국들이 이번 사태에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핵심은 "이들이 흐르는 피를 멈추게 할 만큼 충분한 조치를 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불행히도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경고했다.
로이터는 분석가들을 인용해 남아공, 브라질 및 인도네시아도 인도와 터키처럼 금리를 올리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이들 국가는 경상 적자가 특히 심각해 외자에 크게 의존해온 이른바 '취약 5개국'이다.
신흥시장 위기가 고비는 넘겼을지 모르지만, 아직 '진행형'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블랙록의 샌프란시스코 소재 러스 코에스테리치 글로벌 투자 전략 책임자는 "신흥시장 불안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일부 취약 국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에 당분간 경계심을 놔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