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베토벤'으로 평가받은 일본 유명 작곡가 사무라고치 마모루(佐村河內守·50)가 다른 사람의 곡을 자신의 것으로 속여 발표한 사기극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일본 열도를 경악시킨 사건은 사무라고치의 곡을 대신 쓴 도호가쿠엔(桐朋學園)대학 작곡전공 비상근 강사인 니가키 다카시(新垣隆·44)가 주간문춘(週刊文春)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시작됐다.
이에 사무라고치는 5일 "악곡의 구성과 이미지만을 (내가) 제안하고 나머지는 별개의 인물이 작곡한 것"이라며 "팬들을 속이고 관계자를 실망시킨 데 대해 깊이 반성한다"고 설명했다.
니가키는 6일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의 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18년 전에 영화 음악을 제공한 것을 계기로 사무라고치를 알게 된 후 18년간 20곡 이상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700만엔(약 7천434만원) 가량을 (대가로) 받았다"며 "저작권은 포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사무라고치가 알려진 것과 달리 35살 때인 1999년 청력을 완전히 상실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충격을 키웠다.
니가키는 "내가 인식하기로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히 귀가 안 들린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심지어 자신이 만든 곡을 사무라고치가 듣고 의견을 표명한 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사무라고치가 자신의 음악세계를 과장하고 극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청력을 비롯해 신상에 관한 거짓 사실을 유포했다는 의혹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니가키는 "나는 지시받은 대로 곡을 쓴 사무라고치의 공범이다. 죄송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으로 이 이상 세상을 속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말했다.
또 사무라고치가 점점 유명해지면서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덧붙였다.
사기극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관련 공연이 줄줄이 취소되고 그를 부각한 언론이 사과하는 등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지바(千葉)현 나가래야마(流山)시 문화회관에서 올해 4월 예정된 피아노 콘서트가 취소되는 등 사무라고치가 출연하거나 기존에 그가 작곡한 것으로 알려졌다가 대리 작곡으로 확인된 곡이 포함된 행사가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사무라고치의 히트작 '교향곡 제1번 히로시마'의 소재가 된 히로시마(廣島)시 측은 큰 충격에 빠졌다.
마쓰이 가즈미(松井一實) 히로시마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매우 유감"이라며 사무라고치에게 2008년 수여한 시민상에 관해 "작곡하지 않았다면 상을 취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문화사는 사무라고치의 인터뷰를 담은 월간지 가정화보 3월호의 출하를 정지시키고 독자에게 사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며 고단샤(講談社)는 사무라고치가 살아온 과정을 담은 책 '교향곡 제1번'의 판매를 중단했다.
NHK, TBS, TV아사히, 후지TV 등 주요 방송은 사무라고치의 실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시청자에게 사과했다.
다만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하는 일본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 다카하시 다이스케(高橋大輔) 선수는 대리 작곡으로 확인된 사무라고치의 바이올린 소나티네를 예정대로 배경 음악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