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의 안보 우려를 고려해 양국 간 민감한 내용의 교신에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장비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은 민감한 정부 통신내용의 경우 화웨이 장비가 아닌 다른 통신망을 통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고 양국의 논의 내용을 아는 미국 관리들이 WSJ에 밝혔다.
또 미국의 통신내용 보호 차원에서 주한미군 기지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연결하지 않기로 했다고 이들 관리는 전했다.
지난해 LG유플러스(U+)는 2.6㎓ 주파수 대역에 광대역 롱텀에볼루션(LTE) 망을 구축하기 위해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미국 정부는 화웨이 장비가 한·미간 통신내용을 도·감청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그간 미국은 물밑에서(quiet) 화웨이 장비 도입에 반대하는 로비를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들은 지난 수개월간 한국 측과의 면담에서 화웨이 장비 도입이 가지고 올 수 있는 위험성을 거론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미국 정부의 이런 우려는 특히 주한미군 때문이었다고 관리들은 설명했다. 화웨이 장비가 군대 간의 교신 내용을 가로채는 데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미 정부가 주한미군에게 미칠 영향을 검토했다는 것이다.
다만, 오바마 행정부는 핵심 동맹국의 상업적 결정에 영향을 미치려는 듯 비칠 것을 염려해 비공식적인 통로로 우려를 전달하고자 했다고 WSJ는 덧붙였다.
젠 사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이 앞서 우려를 표시하기는 했으나 한국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한국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WSJ는 밝혔다.{RELNEWS:right}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 2012년 화웨이가 호주의 광대역 사업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화웨이는 경쟁 입찰에 참여하지 못했다.
화웨이의 윌리엄 플러머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은 "그런 정치적으로 보이는 합의에 대해선 언급할 수 없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화웨이의 장비가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은 확언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