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향수 원료로 쓰이는 알레르기 유발 성분의 규제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향수의 대명사 '샤넬 N°5'(넘버5)의 향이 바뀔 수도 있다고 AFP통신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시판 향수 제품에서 흔히 사용되는 원료 가운데 알레르기 유발 위험성이 높은 3개 성분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규제안을 이날 발의했다.
사용금지 대상은 독특한 나무 향을 내는 이끼 추출물 '아트라놀'과 '클로아트라놀', 은방울꽃 향을 내는 합성물질 'HICC' 등이다.
집행위는 산하 자문기구인 소비자안전성자문위원회(SCCS)가 알레르기 유발 향수 원료 사용을 제재해야 한다고 조언한 지난해 7월 보고서 내용을 받아들여 성분 규제 강화에 나섰다.
당시 자문위는 향수 핵심원료 가운데 하나인 아트라놀과 클로아트라놀, HICC가 습진 등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유럽에서 1천500만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면서 이들 성분의 전면 규제를 권고했다.
자문위는 또 레몬이나 귤 오일에 함유된 '시트랄', 열대 통카콩에 들어 있는 '쿠마린', 장미 오일에 들어 있는 '오이게놀' 등 12개 원료의 농도를 완제품 대비 0.01%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고 적었다.
이번 규제안에는 이들 12개 원료를 포함한 20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의 농도 제한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추가 연구 진행과, 제품 겉면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원료성분 확대 등의 방안 등도 포함됐다.
집행위가 내놓은 규제안은 2009년 채택된 화장품 관리규정의 개정안 형식을 취하게 되며 앞으로 3개월간 공청회 등을 거친다.
규제안이 각국 정부와 유럽의회에서 최종 승인되면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시행에 들어갈 전망이다.
화장품 등 관련업계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전면 사용금지 대상인 아트라놀과 클로아트라놀, HICC 등 3개 성분은 1921년 출시된 세기의 향수 '샤넬 넘버5'나 디올의 '미스디올'과 같은 유명 제품의 주원료다. 향수 제조법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EU 소식통은 규제안이 확정될 경우 향수제품 가운데 90%에 성분 조정이 필요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