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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아프리카박물관, 치료 막고 월급 절반 '싹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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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아프리카박물관, 치료 막고 월급 절반 '싹둑'

    '야반도주' 무용수 "공연중 다치자 거북이 옆에 '인간조각상' 시켜"

     

    경기도 포천 아프리카예술박물관이 공연중 다친 무용수의 치료도 보장해주지 않는가 하면, 심지어 춤출 수 없다는 이유로 월급 절반을 깎고 '인간 조각상' 역할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이 박물관은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은 채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을 착취해 파문을 일으킨 곳이다.

    지난 2012년부터 박물관에서 공연해온 부르키나파소 출신 무용수 마리아(Maria Agnes·24) 씨는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공연 중 사고로 무릎을 다쳤는데도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해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마리아 씨는 박물관의 비인간적 노동 착취와 생활 환경을 견디다 못해 5개월 전 '야반도주'를 감행했다. 박물관 처사를 못 이겨 뛰쳐나온 이주 노동자 4명 가운데 한 명이다.

    모처에서 만난 그녀는 "박물관은 끔찍했고 다른 동료들처럼 월급도 제대로 못 받았다"며 "하지만 가장 괴로웠던 건 박물관이 내 꿈을 앗아갔다는 것"이라며 그간의 사연을 털어놨다.

    ◈무릎에 물 차오르는데…춤 못 춘다며 '월급 25만 원'으로 깎아

    마리아 씨가 몰래 박물관에서 도망쳐 나온 날은 지난해 9월 초. 하루 세 차례 있는 공연을 모두 마친 뒤였다. 동료들에게도 귀띔하지 않았다. "지금 도망치지 않는다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녀는 회상했다.

    도망칠 당시 상황은 참혹했다. "양쪽 무릎이 구부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있었고, 밤만 되면 무릎 안에 물이 차올라서 커다랗게 부어올랐다"고 그녀는 말했다.

     

    마리아 씨가 처음 오른쪽 무릎을 다쳤던 건 지난 2012년 12월. 공연 도중 무릎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을 당했고,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석 달간 깁스를 해야 했다.

    머나먼 이국에서 다친 것도 서럽지만, 더 큰 서러움은 그 이후 몰려왔다. 마리아 씨는 "박물관이 치료를 지원하긴커녕, 춤을 못 춘다고 다음 달 월급을 절반으로 깎은 25만 원만 줬다"고 했다.

    주변 동료들이 "공연 중에 다친 건데 왜 임금을 깎느냐"고 따져봐도 소용없었다. 게다가 '왜 치료를 꼭 오전에 받으러 가느냐'는 박물관장의 질타에 물리치료도 그만둬야 했다.

    밤이면 '셀프 마사지'를 하다가 다음날 아침 버스로 20여분 떨어진 병원에 달려가 주사기로 무릎의 물을 빼낸 뒤, 첫 공연이 시작하기 전에 급히 돌아오는 날의 연속이었다.

    2차 부상은 '필연'처럼 지난해 8월 다가왔다. 공연장인 몽골 텐트 안의 무대가 부실한 탓이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바닥은 무용수들이 춤을 출 때 종종 부서지곤 했고, 이번에도 바닥이 부서지면서 반대편 왼쪽 다리를 삐었다.

    마리아 씨는 "병원에선 입원해야 한다고 했지만, 박물관에서는 '의료보험이 있지 않느냐'며 입원비를 대줄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결국 1주일간의 입원 비용은 마리아 씨가 지불했다.

    당시 마리아 씨를 진료했던 담당의사 최모 씨는 "MRI 등 정밀검사와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경제적인 문제 때문이었는지 몰라도 한사코 치료받기 어렵다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전에도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지 않았던 상태였다"면서 "이따금 한 번 병원에 와서는 '자주 올 수가 없다'며 약만 처방 받아서 갔다"고 말했다.

    입원 당시 마리아 씨를 간병했던 정모(62·여) 씨 역시 "춤을 춘다는 사람이 다리를 절면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채 병원에 왔다"며 "상태가 안 좋아 보였는데도 1주일 뒤 '퇴원해야 된다'며 나갔다"고 말했다.

     

    ◈날아간 무용수 꿈…거북이와 '인간 조각상' 강요

    부상으로 당분간 춤을 출 수 없게 되자, 박물관 측은 주말과 쉬는 시간에도 마리아 씨에게 '잡일'을 시켰다.

    마리아 씨는 "박물관에서 '공연을 못하면 악기를 연주하라'고 했다"면서 "발라푼과 마라카스는 전문 연주자가 따로 있고 나는 할 줄도 모르는 것이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그 이후로 노래와 연주뿐 아니라 매표소에서도 추가 근무를 해야 했다. 하지만 더 견딜 수 없던 것은 '인간 조각상'이 돼야 했던 일이다. 박물관 측에서 '파충류 전시관에 가서 아이들을 웃겨주라'고 했다는 것.

    마리아 씨는 파충류 전시관 입구에 있는 커다란 아프리카 여성 동상 앞에 서서 발밑에는 살아있는 거북이를 둔 채 관람객을 맞이해야 했다. 아이들은 마리아 씨와 동상을 번갈아 쳐다보고는 신기한 듯 "진짜 아프리카 사람, 진짜 거북이!"라고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친구들은 춤을 췄지만 난 공연 중에 악기를 연주해야 했고, 공연이 끝나면 곧장 파충류 전시관으로 가서 아이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야 했다".

    마리아 씨는 "무용가로서의 꿈과 경력을 위해 온 한국에서, 춤 인생의 전부인 무릎을 다치고 구경거리까지 돼버렸다는 생각에 도망칠 결심을 했다"고 털어놨다.

    박물관에서 함께 일했던 엠마누엘(Sanou Emmanuelle Migaelle.34) 씨는 "마리아는 우리가 춤을 추면 옆에서 노래하고 악기를 연주하다가, 공연이 끝나자마자 전시관으로 가서 거북이와 함께 서 있었다"면서 "낙담한 마리아에게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하곤 했다"고 증언했다.

    ◈"임금 착취에 부상 방치"…여전히 남은 과제 '산적'

    이주노조 활동가 박진우 씨는 "마리아 씨가 거북이와 함께 전시물처럼 서 있어야 했던 일 등은 근로기준법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상식' 밖의 일"이라고 지적했다.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예술 노동자로서 계약을 맺었는데도, 인격적인 모욕감을 느낄 만한 대우를 받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일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는 것.

    또 마리아 씨의 건강 상태에 대해서는 "공연 중에 다쳤기 때문에 엄연히 산업재해인데도, 산재 인정은커녕 최소한의 치료조차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장 공연을 못한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과 주말에까지 추가 근무를 시킨 것 또한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박물관 측은 일단 진상을 정확히 파악해보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노동 착취' 논란 이후 새로 취임한 김철기 박물관장은 "마리아 씨가 언제 어떻게 다쳤고, 어떤 상태에서 박물관을 나갔는지 보고된 바가 없어서 전혀 몰랐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관계를 더 파악해야겠지만, 일하던 중 다쳤다면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적극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앞서 박물관 측은 CBS노컷뉴스의 단독 보도와 르포로 '노동 착취' 문제가 논란이 되자, 12명의 '현직' 이주 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과 퇴직금 등을 지급하는 등 진화에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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