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 키예프 시내에서 18일(현지시간) 벌어진 야권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로 양측에서 최소 21명이 사망하는 등 우크라이나 정정 불안이 심화하고 있다.
이날 충돌은 지난해 11월 말 야권의 반정부 시위 이후 또한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에서 독립한 이래 최악의 유혈 사태다.
무력 충돌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가고 있다.
◇ 시위대 14명 등 21명 사망…부상자도 속출
우크라이나 경찰 등에 따르면, 19일 새벽까지 이어진 충돌로 시위대 14명과 진압 경찰 7명 등 적어도 21명이 사망했다고 미국 CNN 등 외신들이 전했다.
사망자 상당수는 총격에 목숨을 잃었으며 시위대와 경찰 측에서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에 따르면, 야권 시위대가 여당인 지역당 당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일어나 여당 관계자 1명이 질식사하기도 했다.
내무부는 폭력 시위를 18일 오후 6시까지 중단하지 않으면 법이 허용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진압에 나서겠다는 경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밤 8시를 기해 독립광장 시위대 진압에 나섰다.
경찰과 진압부대는 물대포를 쏘며 광장 쪽으로 진입해 들어갔고,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시위대가 총기를 사용해 경찰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 대표 아르세니 야체뉵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19일 오전까지 휴전을 제안하기도 했지만,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 내각, 수도 차량 진입 통제
내각 공보실은 19일 0시를 기해 키예프로의 차량 통행을 통제했다.
공보실은 대규모 소요 사태와 관련해 인명 피해를 막고 혼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며 시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블라디미르 마케옌코 키예프 시장은 시민들에게 시내 중심가로 나가지 말 것을 주문했다.
충돌이 격화하자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야권 지도자들과 협상에 나서기도 했으나 유혈 사태를 종식할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협상을 끝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야당세력 일부는 지지자들에게 무기를 가져오라고 요구하는 등 선을 넘었다"면서 "이들은 범죄자들이며 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빅토르 프숀카 검찰총장도 이날 유혈 사태 이후 그 누구도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부상자 한명 한명과 불탄 자동차, 부서진 창문 등에 대해 난동범들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며 "검찰은 폭력 행위를 선동한 자와 이를 주도한 자 모두를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국제사회 우려 심화
미국은 무력 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제이 카니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즉각 상황을 진정시키고 시위대와의 대치를 중단해야 한다"며 야권과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 제프리 파얏트는 자신의 트위터에 미국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대화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고 믿지만 폭력 사용에 대한 제재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정부 쪽에 유혈 사태의 책임을 더 많이 돌리는 톤이었다.
유럽연합(EU)은 정부와 야권 모두의 자제를 촉구했다.
슈테판 퓔레 EU 확대담당 집행위원은 트위터 글에서 이번 유혈 사태에 유감을 표하고 정부와 야권이 대화에 나서라고 호소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도 레오니트 코좌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부와 야권이 대화를 계속할 것을 촉구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변인을 통해 깊은 우려를 표시하며 대화 재개를 요구했다.
반면 러시아는 서방에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러시아 외무부는 논평에서 "현재 전개되고 있는 상황은 유럽의 정치인들과 단체가 우크라이나 위기 초반부터 극단주의 세력의 공격적 행동에 눈을 감고 그들이 합법적 정부에 도발을 걸도록 부추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야권이 협박과 최후통첩을 중단하고 심각한 위기에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정부와 내실있는 대화를 시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