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보수·우익 세력으로 집요한 공세에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河野)담화가 위기에 처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20일 중의원에 출석해 고노 담화의 근거가 된 피해자 청취 조사를 재검토할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런 흐름이 증폭하고 있다.
당시 스가 관방장관을 압박해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끌어낸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일본유신회 중의원은 아베 총리도 사실상 동조하는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산케이(産經)신문은 고노담화의 수정 또는 검증을 지지하는 여론 조사 결과를 25일 지면에 싣고 고노 담화를 더욱 압박했다.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공동으로 22∼23일 벌인 이번 조사에서는 고노 담화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58.6%, 그렇지 않다는 답변이 23.8%였다.
피해자 청취조사를 정부나 국회가 검증해야 한다는 답변은 66.3%, 그렇지 않다는 의견은 20.8%로 나타났다.
문제는 산케이가 특정한 답변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질문을 구성했다는 것이다.
산케이는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했다고 받아들인 고노담화에 관해,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연행을 뒷받침할 공적 자료가 발견되지 않은 외에도 전(前) 위안부에 대한 조사가 날림이라는 것이 지적되고 있는데…"라는 내용을 덧붙여 질문했다.
이는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이들이 자주 반복하는 언급이며 '강제성이 없었는데 강제동원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식으로 사안을 잘 모르는 응답자를 호도할 가능성이 크다.
산케이는 작년 11월 FNN과 공동 여론조사를 할 때도 비슷한 취지로 질문해 객관성 논란을 자초했다.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은 일본군이 1944년 네덜란드 여성 35명을 연행해 자바섬 스마랑 근교에 억류하고 위안부로 삼은 사건을 단죄하기 위해 전후 인도네시아 바타비아(현 자카르타)에서 열린 BC급 전범 군사재판의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확인되고 있다.
산케이와 FNN은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며 여론조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조사 결과가 일본인의 여론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보수·우익 세력과 언론이 피해자 조사에 문제가 있다거나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되풀이하면 여론이 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산케이와 FNN의 여론조사에서 고노담화 재평가를 지지하는 응답이 작년 11월 조사 때보다 3.6% 포인트 상승했고 반대하는 의견은 3.7% 포인트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