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불안에 시달리는 우크라이나의 경제 위기가 가시화하고 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사태) 조짐에다 화폐가치 하락, 외환보유액 감소, 석유메이저의 이탈 움직임 등 악재가 겹치면서 국가 부도의 위기로 내몰리는 모습이다.
급기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인력을 보낼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자금이탈 방지를 위해 예금인출 제한이라는 고강도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지난 한 주 우크라이나 전체 예금의 약 7%가 빠져나가며 뱅크런 조짐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찰과 시위대의 싸움이 극에 달했던 18~20일 사이 무려 310억 달러가 인출됐다고 스테판 쿠비브 신임 우크라이나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4일 밝혔다.
이러한 뱅크런은 통상 외환위기 직전 일어나는 현상으로, 자국통화 가치의 추가 하락 등 악순환을 불러온다.
실제로 우크라이나의 흐리브냐화는 달러 당 8 흐리브냐 수준에서 25일 9.80 흐리브냐를 기록해,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2월 이후 최저치로 가치가 추락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환율 방어에 사력을 다 했지만 결국 외환보유액만 1월 말 178억 달러에서 현재 150억 달러 수준까지 축냈다.
이는 내년 말까지 상환해야 하는 대외채무(350억 달러)는 물론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250억 달러에도 크게 못 미친다.
막대한 에너지 수입 때문에 외환보유액은 앞으로 계속해 줄어들 가능성이 훨씬 큰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세계 최대 석유회사 로열더치셸과 엑손모빌, 셰브론 등이 정정불안을 들어 우크라이나와의 계약을 재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우크라이나와 셰일층·흑해 탐사와 채굴 계약을 맺거나 추진해왔다.
우크라이나로서는 이를 통해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독립을 꾀하려 했다.
이들 계약은 최대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외자 한 푼이 아쉬운 우크라이나에는 뼈 아픈 타격이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눈앞에 둔 우크라이나가 기댈 곳은 현재로선 IMF가 될 확률이 가장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