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아는 감독들 의심에 큰 상처
- 처음엔 농담인줄...울기만 했다
- 직접 사과는 물론 문자도 없었다
- 제2의 안현수? 내 꿈은 국가대표
- 축구협회 성별규정 마련 "환영"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은선 선수 (서울시청 여자축구팀)
서울시청 여자 축구팀의 박은선 선수. 뛰어난 실력으로 여자 축구계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선수죠. 그런데 지난 연말에 여자 축구리그의 다른 팀 감독들이 모여서 박은선 선수가 성별진단을 하지 않으면 2014년 경기를 보이콧하겠다.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박은선 선수는 당연히 마음의 상처를 크게 받았고요. 그 모임을 이끌었던 수원팀의 감독은 사태의 책임을 지고 감독직을 사퇴했죠. 그럼에도 성별논란이 끝나지를 않자 서울시청팀은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요청했고 결국 지난 24일에 인권위가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결론을 내놨습니다. 과연 이 소식을 들은 박은선 선수는 어떤 심경일까요. 라디오 인터뷰에 처음 나섭니다. 박은선 선수 직접 만나보죠. 박은선 선수 안녕하세요?
◆ 박은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
◆ 박은선> 그냥 전지훈련 중이고 이제 몸 만드느라고 계속 운동하고 있어요.
◇ 김현정> 계속 운동하고... 훈련을 잘하고는 있습니까?
◆ 박은선>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 김현정> 최대한 열심히. 최근에 인권위가 박은선 선수에 대한 인권 침해를 중단하고 재발 방지책 내놓으라 이렇게 결정한 것, 소식 듣고는 어떠셨어요?
◆ 박은선> 솔직히 이게 ‘권고’라서 확실한 건 아니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 김현정> 잠시만요, 권고로써 확실한 건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요?
◆ 박은선> 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씀이실까요?
◆ 박은선> 솔직히 지금까지 아직도 너무 많이 혼란스러운 것 같아요, 제가. 그래서 성희롱이라는 게 얼마만큼 죄가 되는 건지 저는 잘 모르고. 또 어른들께서 하시는 일이기 때문에 저는 그냥 힘들어도 옆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런 권고가 내려졌지만 여전히 박은선 선수는 이게 얼마나 확실한 조치인지도모르겠고 혼란스러운 건 여전하다는 말씀이세요?
◆ 박은선> 네.
◇ 김현정> 그렇군요. 이야기를 처음으로 돌려보죠. 그러니까 지난해에 여자리그 감독들이 쭉 모여서 박은선이 여자인 걸 믿기 어렵다, 성별을 진단해달라 이런 논의를 했다는 거 아닙니까? 그 문서가 밖으로 나오고. 이 소식 들었을 때, 처음 들었을 때 어떤 심경이셨어요?
◆ 박은선> 사실 처음 들었을 때는 진짜 솔직히 아무래도 제가 모르는 분들도 아니고 저랑 같은 리그에서 뛰는 분들이고 제가 완전 어렸을 때부터 같이 알던 분들도 계시거든요. 처음에는 진짜 우스개 식으로 놀리는 줄 알았어요, 저도.
◇ 김현정> 우스개 농담인 줄 아셨어요?
◆ 박은선> 네, 왜냐하면 진짜 그럴 수 없잖아요.
◇ 김현정> 나를 너무 잘 아는데, 나를 어릴 적부터 쭉 봐왔던 그분들인데.
◆ 박은선> 네. 그러다 갑자기 시간이 지날수록 문제가 더 커지고 그러니까 그제서야 저도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잘 몰라서 감독님하고, 뒤에서 울기만 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 김현정> 사실은 그때 논란이 그렇게 뜨겁게 되고 스포츠 면에 전부 박은선 선수 이야기로 도배가 되고. 이럴 때 박은선 선수가 인터뷰에 나서지는 않았어요. 저희도 물론 요청하고 했습니다만. 그때 모든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 박은선> 아무래도 그때 당시에는 정신도 없었고. 즐겁게 지내지도 못했던 것 같고 너무 많이 힘들었었어요. 그래서 제가 혹시라도 정말 잘못될까봐 주위에서는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래서 제가 인터뷰나 그런 건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다들 그러시고 속도 많이 상했어요. 속상하다고 할 게 아니라 이제 29살인데 그동안 여자로 살았는데 제 인생의 최대 고비였던 것 같아요.
◇ 김현정> 29년을 내가 여자로 살았는데 왜 이런 것을 당해야 하는가라는 인생에 한번도 느껴본 적이 없는 이런 고통. 그래요, 그렇게 엄청난 논란이 되면서 그 감독 모임을 이끌었던 수원 감독은 사임까지 했습니다. 사퇴의 책임을 지겠다. 그런데 박 선수한테 와서 직접 사과는 한 적은 없다는 게 사실인가요?
◆ 박은선> 네, 한 번도 없었어요.
박은선 선수(자료사진)
◇ 김현정> 아니, 오다가다 훈련장에서 마주치는 일이 있었을 텐데.
◆ 박은선> 마주친 적은 있는데 아무 말씀도 없으시더라고요.
◇ 김현정> 전화라든지 문자라든지 이런 접촉은 없었습니까?
◆ 박은선> 전화도 없었고 문자도 한 통 없었어요.
◇ 김현정> 그런데 그 이후에 감독들이 사과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박은선 선수를 초대하려고 했는데 그때는 거부했다면서요, 박은선 선수가.
◆ 박은선> 그때는 인권위 발표가 나기 며칠 전이에요.
◇ 김현정> 아주 최근의 일이군요.
◆ 박은선> 네, 완전 제가 생각하기에는 너무 늦은 거죠.
◇ 김현정> 너무 늦은 사과.
◆ 박은선> 선생님들이 저한테 문자 한 통이라도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그 이야기, 사과를 하신다는 얘기를 하셨을 때는 시간이 너무 또 많이 지났었고...
◇ 김현정> 그것을 사과를 받고 용서를 하고 다 없던 일로 하고 넘어가기에는 마음에 상처가 너무 컸던가 봐요, 박은선 선수.
◆ 박은선> 네.
◇ 김현정> 요즘도 그렇게 힘듭니까? 몇 달 지나서 이제는 좀 괜찮아졌으리라고 저는 사실 그 생각했는데.
◆ 박은선> 그래도 처음에는 솔직히 그냥 담담하게 행동을 하려고 그랬거든요. 이게 잠잠해질 만하면 또 불거지고 그러니까 계속 생각도 들고 솔직히 제가 이 일 있고 나서 잠을 잘 못 자요.
◇ 김현정> 요새도 잠을 잘 못 주무세요, 요새도?
◆ 박은선> 네. 기본 1시, 2시 넘어서 자는데 자다가 계속 깨고 그러거든요. 날 샐 때도 있고. 밤에 그냥 혼자 계속 자다깨다만 번복하는 거죠.
◇ 김현정> 불면증 같은 거네요, 그러니까.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박은선 선수 만나고 있습니다. 참 안타까운데 사실 이번 일이 불거지기 전에도 박은선 선수는 이미 성별검사를 여러 번 받았죠?
◆ 박은선> 네.
◇ 김현정> 본인의 페이스북에도 적었던 걸 제가 봤는데. 성별검사를 얼마나 많이 받았습니까?
◆ 박은선> 지금 기억하기로는 두 차례를 받았는데 그때는 제가 워낙 어렸었거든요. 그래서 이제 사실은 성별검사를 받는지도 몰랐었어요.
◇ 김현정> 이게 무슨 검사인지 모르고.
◆ 박은선> 그래서 이것저것 검사 받으라고 해서 받았는데 나중에 제가 그게 성별검사인 줄 제가 알았던 거죠.
◇ 김현정> 그때도 굉장히 기분 나쁘기도 했겠네요. 다른 선수도 다 같이 받는 게 아니라 박은선 선수만 받은 거예요?
◆ 박은선> 네. 그 당시에 너무 기분이 안 좋아서. 선생님들한테 그랬었거든요.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고.
◇ 김현정> 다시는 받고 싶지 않다. 그렇게 기분 좋지 않은 검사를 두 번이나 받고 문제가 없다, 여성이다라는 진단을 받았는데도 또다시 이런 일이 불거진 것이 지금 박 선수를 힘들게 하고 있는 건데요. 얼마 전에 소속팀 감독님한테 해외 진출하고 싶다 이런 얘기를 했다는 뉴스가 어제 났습니다. 사실인가요?
◆ 박은선> 감독님하고 이야기했었고요. 그리고 때마침 작년에 시즌 끝나고 성적이 좋아서 그런가 솔직히 어렸을 때도 제의는 있었거든요.
◇ 김현정> 해외에서 오라는 제의.
◆ 박은선> 그래서 감독님하고 그때 또 상의를 했었는데 그때 제가 너무 어려서 솔직히 자신도 없었고 그냥 혼자 나가는 게 좀 그랬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감독님하고 이야기했는데 조건이 잘 맞고 아무래도 도전도 해 보고 싶고. 이제 제가 나이도 있으니까 더 늦어서 나가는 것보다 지금이 좀 적기인 것 싶기고 하고.
◇ 김현정> 도전도 해 보고 싶은 마음도 있고.
◆ 박은선> 저는 운동할 때 가장 행복하고 생활이 즐거운데. 안 좋은 일도 많이 생기고.
◇ 김현정> 또 그 감독님들을 오다 가다가 운동장에서 계속 봐야 하는데 지금 사과도 제대로 못 받은 상태에서. 그런 것도 좀 걸리겠어요.
◆ 박은선> 아무래도 많이 그렇죠. 지금도 만약에 솔직히 지금도 마주친다면 좀 껄끄러운데 경기장에서 보면 진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싫은 것 같기도 하고.
◇ 김현정> 경기력에도.
◆ 박은선> 진짜 좀 그런 것 같아요, 많이.
◇ 김현정> 어제 박 선수의 해외진출 희망한다는 뉴스 보고서 인터넷에서는 설마 안현수 선수처럼 귀화 생각하는 건 아닌가 걱정이다, 이런 여론들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혹시라도 그런 생각하시는 건 아니실 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