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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아프리카

    터키 '감청 스캔들', 지방선거 최대 쟁점

    • 2014-03-04 00:10

    감청자료 연일 폭로…야당 '총리 응징론' 공세

     

    터키 지방선거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가운데 '감청 스캔들'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야당은 유세장에서 최근 공개된 감청파일을 유권자에게 들려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와 집권당인 정의개발당(AKP)을 응징해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야당이 조작된 녹음파일로 공격한다고 비난했으며 폭로전의 배후로 지목한 이슬람 사상가 페툴라 귤렌에 대한 공세도 지속했다.

    총리는 조작이라고 반박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각종 비리 의혹을 뒷받침하는 감청파일이 연일 폭로되고 있다.

    지난해 말 '비리 스캔들'에 이은 '감청 스캔들'이 오는 30일 선거에서 표심을 가를 핵심 변수지만 전문가들은 아직 집권당 지지층의 이탈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야당 "도둑 응징해야", 총리 "갱들의 협박에 굴복 않겠다"

    지난주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이 거액의 비자금을 은폐하고 기업가로부터 뇌물 수수를 논의하는 통화를 감청한 녹음파일이 공개되자 야당의 공세가 거세졌다.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는 3일(현지시간)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크르츠다로울루 대표가 지방선거 유세에서 "도둑들을 응징하자"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크르츠다로울루 대표는 "정의개발당에 투표한 국민께 부탁한다. 아들에게 돈을 없애라고 시킨 총리를 용납할 수 있는가"라며 "국가와 자녀의 미래를 위해 투표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전날 에스키셰히르시 유세장에서는 "총리는 녹음파일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조작이 아니라는 것은 (에스키셰히르의) 포르수크 강처럼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연설 도중 총리 부자의 통화를 감청한 파일을 재생하고서는 "지금까지 국민은 도둑이란 말을 들으면 다른 사람을 생각했지만 이제는 도둑이란 말은 한 사람만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제2야당인 민족주의행동당(MHP) 데블레트 바흐첼리 대표도 서부 도시인 마니사에서 열린 선거운동에서 거친 언사로 에르도안 총리를 비난했다.

    바흐첼리 대표는 에르도안 총리를 겨냥해 "당신은 수치스럽지도 않는가"라며 "비리사건 수사를 쿠데타라고 주장하고 아들과의 전화 녹음은 조작이라고 말하고 모두를 반역자로 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에르도안 총리는 전날 이스파르타에서 열린 유세에서 녹음파일이 편집됐다고 거듭 반박하고 "어떤 갱들의 협박에도 굴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야당의 감청파일 공세와 관련해 "두 야당이 이번 선거에서 이길 수 없으니까 머리를 맞대고 조작된 녹음파일을 갖고 정의개발당에 해를 끼치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관영 아나돌루통신은 에르도안 총리가 데니즐리에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는 페툴라 귤렌과 귤렌을 지지하는 조직인 '히즈메트(봉사)운동'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펜실베이니아에 사는 사람은 '12월 17일 작전'과 감청파일 조작의 배후"라며 "그들은 도를 넘었으므로 우리는 그들의 소굴로 들어가서 잡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히즈메트운동의 기반 가운데 하나인 입시학원(데르샤네)을 폐지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된 것을 언급하고서는 "터키는 공립학교로 충분하다"며 입시학원에 자녀를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권당은 지난달 의회 전체회의에서 야당과 격렬한 몸싸움 끝에 학원 폐지법안을 표결처리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이 법안을 발의한 것을 계기로 집권당과 귤렌 측의 갈등이 격화했으며 귤렌의 영향력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과 경찰은 지난해 12월 17일 장관 3명의 아들 등 50여명을 비리 혐의로 전격 체포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이 비리사건 수사를 '갱단의 사법 쿠데타'라고 비난하고 검찰과 경찰 수천명을 인사조치했다.

    ◇감청자료 또 폭로…총리 아들이 공격대상

    귤렌을 지지하는 일간지 자만은 3일 유튜브에 총리의 아들 빌랄 에르도안의 뇌물 수수와 등과 관련한 녹음파일들이 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자만은 이번 파일 공개도 지난달부터 에르도안 총리 부자의 통화 등을 비롯해 감청파일 수십건을 폭로한 '하람자델레르'와 '바시찰란'이란 가명의 유튜브 계정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하람자델레르는 '(종교적 금기를 어긴) 죄인들' 또는 '도둑들의 아들들'을 의미하는 터키어이며 바시찰란은 '으뜸 도둑'(prime thief)이란 뜻으로 '바시바칸'(총리, prime minister)를 풍자한 것이다.

    이들은 새로 공개한 녹음파일은 빌랄 에르도안과 총리실 산하 국유재산관리청 고위 관리의 통화를 감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파일에 따르면 빌랄 에르도안이 쿠르트쿄이 지역의 건축 부지를 비싸게 샀다고 불만을 표시하자 이 관리는 규제를 완화해 건축물의 층높이를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자만은 빌랄 에르도안이 이사를 맡은 청소년교육재단(TURGEV)이 뇌물을 수수하는 창구로 활용됐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파일도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터키 중부 토카트의 시장 후보로 출마한 에이위프 에로울루와 가지오스만파샤대학의 무스타파 샤힌 총장 간의 전화를 감청한 것이라고 주장한 이 파일에는 공천을 받는 대가로 대학 부지를 TURGEV에 기부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또 지난해 12월 17일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석방된 사업가 레자 자라브의 전화를 감청한 파일에서는 자라브가 TURGEV에 기부 형식으로 뇌물을 주는 대화가 녹음됐다.

    자라브는 재단 관계자와 통화에서 뇌물을 기부로 가장하는 방법을 자페르 차을라얀 전 경제부 장관이 제안했으며 빌랄 에르도안도 이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휴리예트의 보도에 따르면 '12월 17일 작전' 이후 집권당의 지지율이 하락했지만 조사기관별로 편차가 컸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의 득표율 전망이 45% 이상인 결과도 있으며 40% 미만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중동 전문 매체인 알모니터의 피타르 트렘블라이 칼럼니스트는 '누가 아직도 정의개발당을 지지하는가'란 분석기사에서 집권당의 지지율 하락이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터키 여론조사업체인 손나르 관계자를 인용해 비리 스캔들이 터진 이후에도 집권당의 지지율은 4%포인트 정도만 하락했다고 전했다.

    트렘블라이 칼럼니스트는 이처럼 터키 국민의 반응이 미온적인 이유로 집권당을 지지하는 세력의 80%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접하지 않는다는 점을 꼽았다. 주류 언론들이 최근 폭로된 감청파일을 소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그는 또 집권당을 지지하는 세력은 에르도안 총리가 이슬람교도 공동체를 위해 부유한 기업가로부터 선의의 돈을 받은 것으로 생각하지 도둑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그는 집권당이 지방선거에서 예산 등을 활용한 '당근과 채찍' 전술을 활용하는 점과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두려움 등도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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