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자료사진 (송은석 기자)
대학 졸업생들이 천만 원대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살인적인 강도의 아르바이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고 있다.
앞으로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은 꽁꽁 언 취업경기는 이들의 어깨를 더 짓누르고 있다.
"하루하루는 버틸만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뭔지 아세요? 희망이 없다는 것….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절망감입니다."
올해 2월 부산 A 대학을 졸업한 김현준(28·남·가명)씨는 졸업장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제2금융권에서 빌린 학자금 천여만 원과 바꾼 졸업장,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김씨가 자는 시간은 고작 4시간.
고3 때 보다, 졸업 직전보다 최근 잠을 더 못 잔다.
새벽에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오후에는 중학생 과외, 저녁에는 이벤트 업체에서 연락이 올 때 마다 행사 안내, 주차, 전단 대포 등 닥치는 대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끼니를 매일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고 있지만 이보다 더 절망적인 것은 미래다.
김씨는 "사실 학교 다닐 때는 공부라도 하니깐 위안이 됐는데, 졸업한 뒤 사회에 막상 나와보니 막막하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에 백만 원 남짓 버는데, 이자 20만 원에 원금, 그밖에 생활비까지 털어 넣으면 수중에 돈이 없다. 언제가지 이 생활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한숨 쉬었다.
부산 B 대학 사범대학을 졸업한 이수정(24·여·가명)씨의 사회 첫 직장은 단과 학원 수학 강사와 호프집 아르바이트다.
그렇게 받는 돈은 110만원 남짓.
일단 임용을 준비하려면 기본 1~2년 정도 공부에 매달려야 한다.
그 시간 동안 천여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 대출과 원룸 월세는 오로지 이씨의 몫이다.
주위 친구들을 보며 쉽게 돈을 벌고 싶은 유혹에 빠져들기도 한다.
이씨는 "바로 취업이 되지 않기 때문에 2년간 임용 공부를 하거나 예술대학에 있는 친구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아르바이트가 직업인 셈이다. 친구 중에는 유흥업소에서 딱 6개월 일하고 다 갚아버리겠다는 애들도 있다. 스포츠 경매 사이트에 빠진 애들도 있다. 그런 일에 유혹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C대학의 경우 대출금을 갚지 못한 졸업생이 천332명, 밀린 학자금 대출은 25억원에 이른다.
부산 D대학은 졸업생 990명의 대출 학자금이 20억원이 밀려 있다.
한 학생은 학자금 3천 7백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이미 신용불량자 신세다.
그나마 한국장학재단을 통해 학자금을 대출받은 졸업생들은 취업 전까지 이자만이라도 분활 납부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