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김신욱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김신욱은 지난 해 K리그 클래식 정규리그 마지막 날을 잊지 못한다. "축구하면서 가장 아팠던 기억"이란다.
울산은 포항과 최소 비기기만 해도 우승할 수 있었다. 불안요소도 있었다. 주전 스트라이커 김신욱이 경고 누적으로 출전할 수 없었던 것.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울산은 후반 추가시간에 결승골을 허용, 포항에 0-1로 지면서 우승을 놓쳤다.
김신욱은 작년 한 해동안 맹활약을 펼쳐 이름값을 높였지만 우승이라는 화룡점정을 찍지 못한 채 해를 넘겨야 했다.
복수의 기회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8일 오후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4 K리그 클래식 공식 개막전에서 얄궂은 운명의 포항과 다시 만난 것이다.
김신욱의 발에서 승부가 결정됐다. 김신욱은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37분 문전에서 오른발 슈팅을 때려 철옹성 같았던 포항의 골키퍼 신화용의 벽을 무너뜨렸다. 울산의 1-0 승리를 이끈 주역이 됐다.
김신욱은 "우승팀을 상대로 개막 첫 승을 해 기쁘다. 감독님의 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하는 골을 넣어 영광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신욱이 다시 한번 이름값을 떨쳤지만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경기 내내 멍한 상태로 뛰어야만 했다. 지난 6일 그리스와의 축구 국가대표팀 원정 평가전에 출전한 김신욱은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인천공항에 도착해 포항으로 내려왔다. 출전이 어려워보였다.
조민국 울산 감독은 "시즌 중이었다면 뺐겠지만 개막전이라 팬들을 위해 다소 무리가 있어도 뛰게 하는 것이 감독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신욱은 전반전이 끝나고 눈이 충혈되는 등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조민국 감독은 후반 10분쯤 교체를 고려했다. 그러나 몸 상태가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봤다. "기다림이 결승골로 이어졌다"며 기뻐했다.
김신욱은 왜 출전을 강행했을까. 지난 해 아픈 기억과 무관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