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에서 16일(현지시간) 크림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가 일제히 시작됐다.
이날 오전 8시(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3시) 크림 공화국 내 1천205개 투표소가 일제히 문을 열었다. 전체 주민이 약 200만명인 크림 공화국에선 18세 이상의 성인 약 150만명이 유권자 등록을 했다. 투표는 거주 등록이 된 지역 투표소에서만 가능하다.
크림반도에 있지만, 행정구역상 크림 공화국에 속하지 않는 '특별시'의 지위를 가진 남부도시 세바스토폴에서도 별도의 주민투표가 개시됐다. 192개의 투표소가 차려진 세바스토폴에서는 약 30만명이 등록했다.
반(反)러시아계인 타타르족이 주류인 중부도시 바흐치사라이에서도 이른 시간부터 20여명의 주민이 투표소를 찾았다. 앞서 크림 타타르계는 주민투표 자체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투표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주민들은 러시아 국기를 닮은 청색-백색-적색 등 3색의 크림 공화국기와 꽃다발 등을 들고 축제 분위기에서 투표소로 향하고 있다.
현재 투표장 부근에는 크림 정부 산하 경찰과 보안요원들 외에 자경단원 약 1만명이 배치돼 치안 유지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각 투표소와 주요 관청 건물 등을 경비하고 있다.
투표는 오후 8시까지 계속된다. 23개국에서 온 180여명의 참관단이 투표 진행 상황을 감시한다.
투표용지에는 '크림이 러시아 연방의 일원으로 들어가는 것에 찬성하는가'와 '1992년 크림 공화국 헌법 복원과 크림의 우크라이나 잔류를 지지하는가'란 두 가지 질문이 주어졌다.
유권자는 두 가지 항목 중 하나에 체크 표시를 할 수 있다. 질문들은 크림 주민의 민족 구성상 러시아어, 우크라이나어, 크림 타타르어 등 3개 언어로 적혀 있다.
크림 의회는 소련 붕괴 후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이듬해인 1992년 공화국도 역시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다는 내용의 개헌안을 채택했으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가 허락하지 않아 자치권을 부여받는 선에서 타협했다. 따라서 두 번째 항목은 독립을 선포한 당시 헌법으로 복귀한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서방 언론들은 크림 주민투표에는 어떤 경우에도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와는 지금과 같은 관계를 지속하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렸다고 해석했다.
크림 정부는 투표율이 80%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잠정 투표 결과는 투표 종료 몇 시간 뒤 나올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17일 발표될 것이라고 크림 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 미하일 말리셰프가 밝혔다.
현지 여론조사기관 '스레스'의 최근 조사를 근거로 90% 이상이 크림의 러시아 귀속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 앞선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이번 주민투표의 효력을 무효로 하려는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
유엔 안보리 5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한 탓이다. 중국은 기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