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귀속 여부를 결정할 주민투표를 하루 앞둔 15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 도발을 감행했다.
수십 명의 러시아 공수부대원들이 헬기를 이용 크림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우크라이나 대륙 남단 헤르손주(州)의 해안 마을에 침투했다.
우크라이나 군은 이에 즉각적인 반격을 가해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밝혔으나 일부에선 러시아군이 여전히 마을을 점령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지금까지 러시아계 주민 보호를 명분으로 크림반도만을 군사적으로 장악하고 있던 러시아가 반도 밖의 우크라이나 영토에 직접 군사력을 투입한 사건으로 양국 간 갈등을 더욱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러시아 공수부대 우크라 남부 마을 침투우크라이나 현지 통신 우니안(UNIAN)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30분(현지시간·한국시간 오후 8시 30분)께 러시아 공수부대원 약 40명이 헬기를 이용해 헤르손주 해안 마을 스트렐코보예에 공중 침투했다. 러시아군은 이날 작전에 4대의 헬기와 3대의 장갑차를 동원했다.
이후 러시아군은 추가로 스트렐코보예 마을로 병력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트렐코보예 마을엔 아조프해 지역 생산 천연가스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가스공급기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국경 수비대 대변인은 AP통신에 "러시아 군인 120명이 마을의 가스공급기지를 장악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측도 이날 작전의 이유로 크림 자치정부로 이전된 우크라이나 에너지개발 국영기업 '체르노네프테가스'의 가스공급기지를 테러 행위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 침투에 대항해 우크라이나는 전투기를 긴급 발진시켰으며 낙하산 부대와 지상군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반격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져 러시아군이 이전 위치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외무부 공보실은 이날 성명에서 러시아군의 헤르손주 침투를 군사침공으로 규정하고 강력히 비난했다. 외무부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의 침략을 막고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권리가 있다"며 러시아군의 즉각적 철수를 요구했다.
미국도 이날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충격적인 긴장 고조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서맨사 파워 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만약 러시아가 크림에서 한 일에 더해 우크라이나 남쪽 경계도 넘었다면 이는 아주 충격적인 긴장 고조 행위"라고 비난했다.
러시아군이 점령지를 떠났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치연구센터 소장 드미트리 팀축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후 6시(한국시간 16일 새벽 1시) 현재 러시아 군인들이 퇴각했다는 우크라이나 국방부의 발표는 사실과 다르다"며 "약 70명의 러시아 군인들이 여전히 헤르손주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의 배후로 침투하면서 가스공급기지 근처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면서 "현재 현장으로 우크라이나 부대가 투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 크림 러시아 귀속 결정 주민투표 하루 앞둔 무력 시위크림 공화국에선 16일 공화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분리·독립해 러시아에 귀속할 것인지를 묻는 주민투표가 실시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평화로운 국민을 지켜달라는 많은 요청을 받고 있다"면서 "이같은 요청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우크라내 주민들의 지원 요청이 있을 경우 추가적 무력 개입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러시아는 현지 러시아계 주민 보호 등을 이유로 이달 초 크림 반도를 사실상 무력 점거했다.
크림 주민투표를 앞두고 서방과 러시아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은 크림 반도가 위치한 흑해에서 군사 훈련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핵 추진 미사일 구축함 'USS 트럭스턴' 사령관은 이날 동맹국들과 함께 흑해에서 합동 훈련을 좀 더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SS 트럭스턴'은 지난주부터 루마니아, 불가리아 해군과 함께 흑해에서 합동 훈련을 해 왔다.
한편, 프랑스는 러시아가 크림 반도의 긴장 완화를 위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재고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스트랄 상륙함의 러시아 수출을 중단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군사 협력 문제는 3차 제재 수단"이라고 말했다.
프랑스는 12억 유로(약 1조7천800억원)에 달하는 미스트랄 상륙함 2척을 건조해 러시아에 수출하는 군사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