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양극 구도가 펼쳐지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러 양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 우리나라가 자칫 잘못하면 '신냉전' 구도 한가운데 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우크라이나 사태는 여러 면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18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모임 '통일경제교실' 특강에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할 때 핵을 포기 안 했으면 러시아가 이렇게는 못했을 것이라는 교훈을 북한에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4년 당시 세계 3위의 핵보유국이었던 우크라이나는 강대국들과의 협상을 통해 안전보장을 약속받는 대신 핵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
'우크라이나 방식'은 북핵 문제 해결의 모델로 꼽혀왔지만 이번 사태로 '핵을 껴안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는 잘못된 신호를 북한에 보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소강상태인 북한 비핵화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6자회담 당사국들의 노력도 미·러 대립으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전문가는 "북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비슷한 급변사태 발생시 중국이 자국민 보호라든지 이번에 러시아가 한 것과 비슷한 구실을 내세워 개입할 수 있는 하나의 전례가 될 수 있는 점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미국 등 서방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면서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포함한 한·러 협력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우리가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에 보조를 맞출 경우 우리 정부가 추진중인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추진은 물론 한·러 관계에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대응 방향에 대해 본격적인 논의를 거친 뒤 정리된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러시아 제재 계획을 묻는 질문에 "제가 알기로는 현재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