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경기도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신당 '새정치민주연합'의 경기도당 창당대회가 열리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강의 사전적 정의는 “정부 또는 정당이나 정치집단이 국민에게 공약해 이루고자 하는 정책의 큰 줄기”이다. 민주당에 대입하면 “민주당이 국민에게 공약해 이루고자 하는 정책의 큰 줄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과 합당 예정인 새정치연합이 18일 신당의 정강에서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 등 남북한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계승한다”는 민주당의 정강을 제외할 것을 제안했다. 이유는 “소모적인 이념 논쟁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한 발 더 나갔다. 새정치연합 금태섭 대변인은 “7·4선언부터 여러 가지 사건이 있었다. 어떤 것은 쓰고 어떤 것은 안 쓰면 오해를 낳을 수 있어서 다 쓰지 말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7·4남북공동성명만 빼면 이상하니 아예 다 없애자는 의미로 들린다.
또 “민주당의 현재 강령을 보면 4월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항쟁 등의 사건이 나열돼 있다. 회고적으로 과거의 특정 사건을 나열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자 “4·19혁명이나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는 전혀 이견이 없고 정강정책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뒤늦게 말을 주워 담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민주당은 발칵 뒤집혔다. 새정치연합의 논리라면 7·4공동성명과 6ㆍ15 공동선언, 10ㆍ4 정상선언이 같은 위상을 차지하게 되기 때문이다. 7·4공동성명이 당시에는 파격적인 선언이었다 해도 그 결과는 유신독재였다. 7·4는 공화당의 기획인 반면 6·15와 10·4는 민주정부 10년의 성과이다. 야당 입장에서는 같은 반열에 놓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민주당의 정강이기 때문에 7·4가 아닌 6ㆍ15 공동선언과 10ㆍ4 정상선언이 적시됐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민주당이기 때문에 4월혁명,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정강에 명시할 수 있다. 민정당이나 민자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정강에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기술되지 않는 이유를 역으로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6·15공동선언이 나오는데 역할을 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좋은 역사는 반드시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김현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여야를 아우르는 초당파적 정당이냐”며 “민주당이 참여하는 정당이면 민주당의 정신과 강령을 반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정청래 의원은 “정권이 바뀌어도 전임 대통령의 남북합의정신을 승계해야 한다”며 “하물며 같은 당에서 이래도 되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그동안 실체가 모호했던 안철수 의원의 이른바 ‘새 정치’가 이런 것이었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갈 길이 험난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