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전격적으로 우크라이나 크림자치공화국과 합병 조약을 체결하면서 그의 다음 움직임에 관심이 쏠린다.
크림공화국이 16일 주민투표로 러시아 귀속을 결정하고 다음날 공화국 의회가 러시아에 귀속 신청을 결의한 데 바로 뒤이어 푸틴 대통령이 합병조약을 체결하자 서방은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크림 인구 구성상 주민투표 가결은 예상됐지만, 푸틴 대통령이 서방의 반발을 무릅쓰고 의회 논의도 없이 바로 합병을 결정하리라고는 예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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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러시아는 크림공화국과 세바스토폴시를 각각 자국의 84·85번째 행정구역으로 편입하기로 한 조약 비준을 위해 19∼21일 하원과 상원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푸틴의 자국 내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비준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이렇게 볼 때 다음 주 안에 크림의 러시아 합병을 위한 법적 절차가 모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방은 크림 합병이 '국제법 위반'임을 지적하며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그러나 제재가 본격화되면 러시아도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해 실효성 있는 제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연설에서 "스프링을 너무 세게 누르면 반동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서방 정치인들이 제재뿐 아니라 국내적 문제까지 언급하는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고 싶다"며 "간첩을 동원해 공작이라도 하겠다는 거냐, 아니면 경제·사회적 상황을 악화시켜 국민 불만을 유발하겠다는 거냐"고 되물었다.
이제 관심은 푸틴이 크림 반도를 넘어서 우크라이나 본토에도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할지에 쏠린다.
푸틴은 일단 이번 연설에서 "우크라이나의 분열은 원하지 않는다"고 말해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러시아 편입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동시에 현재 우크라이나에 구소련 시절 러시아 영토가 즉흥적으로 이전되는 등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이 최근 일련의 조치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가입하지 않고 러시아계가 많은 동부지역에 광범위한 자치권을 부여하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영국의 BBC 뉴스는 친러시아 지역 두 곳의 독립선언을 낳은 2008년 조지아 사태를 언급하며 "크림이 아니라 우크라이나 자체가 '주(主) 요리'"라고 지적했다.
또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체에 러시아의 영향력을 미치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크림 합병으로 이번 위기가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의 피오나 힐 연구원은 "푸틴은 계속 몰아붙일 준비가 됐고, 나토도 우크라이나 가입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며 러시아와 서방이 대치하다 무력충돌로 폭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도 관심이다.
러시아 정치 분석가 협회인 외교국방정책위원회의 표도르 루캬노프 회장도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가 푸틴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만약 그들이 (경제적) 전쟁을 원한다면 그렇게 하라는 게 현재 러시아의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러시아도 미국·EU와 타협을 기대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쪽으로 돌아서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왜 유럽이 러시아에 대해 에너지 제재라는 가장 큰 수단을 쓰지 못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러시아의 에너지에 유럽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고 지적했다.
CSM은 "가장 강력한 제재 무기는 러시아의 에너지 수출을 금지하는 것이지만, 유럽이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원유가 필요하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러시아 외무부는 미국과 EU의 러시아 정·관계 인사 28명에 대한 여행금지와 자산동결 등 제재에 대한 성명에서 "미국과 유럽의 제재는 받아들일 수 없으며, 결과를 각오해야 할 것"이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로이터 통신은 서방이 100명 가까운 인사에 대한 제재도 검토하고 있지만 러시아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오히려 추가 제재에 유럽 구성원이 동의할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