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크림반도 전격 합병으로 오히려 우크라이나 위기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줄었다는 안도감이 시장에 퍼졌다.
그러나 위기가 크림 합병으로 수그러들 것이라는 기대가 다소 성급하고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유럽 등 금융시장은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증시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55%,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72% 각각 상승했고, 범유럽 지수인 Stoxx 50지수도 0.81% 올랐다.
주가 상승의 기폭제가 된 것은 크림 외 다른 지역의 합병은 없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림 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합병 조약에 서명하고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분열을 원치 않는다. 러시아가 크림에 이어 다른 지역도 합병할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로써 러시아가 크림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다른 지역에 대해서는 영토적 야심이 없음을 천명해 위기가 한고비를 넘겼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당사국인 러시아 금융시장에도 안도 심리가 번져 모스크바 증시 MICEX지수는 1,335.86으로 4.06% 폭등했고 루블화 가치도 달러당 36.2436루블로 0.06% 반등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위기가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시장의 기대감은 다소 성급한 것이라는 경계감이 생기고 있다.
이번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갖고 나머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손을 떼는 '깔끔한' 영역 정리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친(親)러시아 세력의 '표밭'인 크림반도가 우크라이나에서 떨어져 나가면 향후 친러 세력의 정권 장악이 매우 어려워져 러시아의 영향력이 크게 위협받게 된다.
실제로 친러 성향의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약 89만 표 차이로 승리한 지난 2010년 대선 당시 크림에서만 78%의 압도적 지지율로 약 60만 표 이상의 격차를 만들어낸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당장 오는 5월 25일로 예정된 대선이 크림반도를 빼놓고 친서방 우크라이나 임시정부의 영향 아래 정상적으로 열리면 친러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푸틴의 말만 믿고 그가 크림 합병에서 '진격'을 멈출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푸틴이 국제사회의 반발을 고려해 크림 합병을 미룰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을 비웃듯이 합병을 전격 강행한 데서 나타나듯 현재 주도권은 전적으로 푸틴이 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푸틴이 우선 크림 합병을 기정사실화해 서방과 협상에서 고지를 점령한 뒤, 우크라이나가 친서방 국가로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우크라이나 '흔들기'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방도 크림 합병이 국제법 위반이라며 한목소리로 비판하면서 금융제재 등 고강도 제재를 준비하고 있어 양측간 갈등이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RELNEWS:right}
오승훈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5월 대선을 앞두고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며 "사태가 단기간에 쉽게 해결되지 않고 긴장의 수위가 계속 오르내리는 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 팀장은 다만 "우크라이나 사태의 충격은 이미 한국 등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위기 강도가 군사적 충돌 수준으로 높아지지 않는 한 단일 변수로서 이번 사태의 주가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중국 부채 문제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등 다른 변수가 악화하면서 우크라이나 위기와 결합할 경우에는 주가에 부정적 여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