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을 수사한 검찰이 '봐주기 구형'과 상소 포기로 '일당 5억원짜리 노역' 판결에 힘을 보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4일 광주지검에 따르면 검찰은 2007년 11월 허 전 회장을 횡령,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한 뒤 1심 선고를 앞두고 징역 5년과 벌금 1천16억원을 구형했다.
특히 벌금형에 대해서는 이례적으로 재판부에 선고유예를 요청했다.
1심 재판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하고 벌금을 내지 않을 경우 1일 대가를 2억5천만원으로 환산해 노역장에 유치하도록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하고 1일 노역 대가를 5억원으로 산정했다. 이 판결은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다.
벌금형과 관련해서는 '특혜 판결'을 했다는 비난에 휩싸인 법원보다 오히려 검찰이 관대했다.
검찰은 항소, 상고도 포기했다. 벌금 부분은 구형보다 무거운 판결이 나왔으니 상소 이유가 없었다손 치더라도 징역 5년 실형을 구형하고도 판결에 승복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의 상소 포기로 허 전 회장은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에 따라 '밑져야 본전'인 상황에서 항소·상고심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실제 항소심에서는 '일당 5억원' 판결이 나와 효과를 봤다.
불이익 변경금지 원칙은 피고인이 상소한 사건에 대해서는 원심판결의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검찰과 피고인이 함께 상소하면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없다.{RELNEWS:right}
일각에서는 쌍방 상고가 있었다면 비상식적인 판결이 바로잡혔을 가능성도 있었지만 검찰이 기회를 차단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 중견 법조인은 "만약 검찰이 대법원에 판단을 맡겼다면 허 전 회장에 대한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산정한 것은 헌법의 평등 원칙에 위배돼 파기환송될 가능성도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지검의 한 관계자는 "SK 그룹 손길승 전 회장(벌금 400억원 선고유예) 등 당시 탈루한 세금과 가산금을 낸 경우 법원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한 사례를 보고 선제적으로 벌금형 선고유예를 구형했다"며 "징역형과 관련해서도 상소를 하지 않은 것은 1심 판결 결과가 항소나 상고 기준에 못 미친 것으로 판단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