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6일 새벽 노동미사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두발을 발사하자 미국이 당혹스런 표정 속에서 강경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사거리 300㎞ 이하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거의 '묵과'해왔지만 사거리 500㎞ 이상의, 그것도 탄도기술을 이용한 이번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위반이어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는 쪽으로 미국 정부의 입장이 모아진 것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입장을 대변하는 국무부는 25일(현지시간) 한국언론의 관련 보도가 나온 직후 6시간 넘게 검토작업을 거친 뒤 성명을 발표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의 내부 조율은 물론 한국, 일본 등 동맹국과의 협의절차를 거쳐 최종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NEWS:right}
성명의 골자는 ▲이번 미사일 발사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일체의 발사를 금지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인 1718·1874·2094호의 명백한 위반이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의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안보리 회부 쪽으로 대응의 방향을 잡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 한국, 일본과 함께 안보리 전체회의에 안건을 상정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강경 대응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최근 북한의 도발 움직임을 더이상 좌시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한편으로는 대남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해 군사적 공격능력을 과시하려는 행보를 되풀이하고 있다는게 미국 정부당국자들의 상황인식이다.
이미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27일과 지난 3일 북한이 잇따라 사거리 200∼500㎞ 안팎의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유엔 안보리 제재결의를 위반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유엔 안보리에 제출했다. 이번에는 사거리가 종전보다 긴 6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안보리 대응은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물론 안보리 회부가 어느 정도 '실익'이 있는지는 불투명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안보리 전체회의에 안건으로 상정하더라도 북한에 대한 추가적 제재를 이끌어 내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를 이유로 대북제재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게 외교소식통들의 얘기다.
그러나 한·미 양국으로서는 북한에 대한 추가도발을 억지하고 앞으로 대형도발이 있을 경우 즉각적인 안보리 제재에 나서기 위한 기반 다지기 차원에서 안보리 대응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4년8개월 만에 이뤄진 이번 노동미사일 발사를 한·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한 일종의 '무력시위'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 핵문제를 최대의제로 다룬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이 회담개최 시점을 노려 도발행위에 나섰다는 것이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현재로서는 한·미·일 정상회담을 겨냥해 '우리를 얕잡아 보지 말라'는 시위용 메시지를 보내려는 의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2009년 7월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노동미사일을 포함해 탄도미사일 7발을 발사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의 이 같은 도발행위는 결과적으로 이날 정상회담을 통해 대북 대응기조를 점검한 한·미·일 3국으로 하여금 다시금 삼각 안보협력 체제를 복원시키는 계기점을 제공해준 셈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