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킥
1997년 6월 4일 프랑스에서 열린 브라질과 프랑스의 프레월드컵 개막 경기.
브라질은 전반 22분 프랑스 골문 앞 약 37m 지점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키커로 나선 선수는 브라질 최고 수비수 호베르투 카를로스.
그가 왼발 아웃사이드로 찬 슈팅은 프랑스 수비벽 오른쪽을 지난 뒤 엄청난 곡선을 그리며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당시 수문장이었던 프랑스 골키퍼 바르테즈는 경기 후 "마치 비행접시가 날아오는 것 같았다"며 슛의 위력을 증명했다. 프랑스 언론이 ''유에프오(UFO) 킥''이라고 불렀던 이 슈팅은 당시 축구 팬에게 커다란 충격을 선사했다.
국내에서 흔히 ''바나나 킥''이라고 부르는 이런 스핀킥은 골키퍼나 수비수들에겐 악마 같은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킥을 차기 위해선 뭔가 요령도 있을 듯 하고 과학적 원리도 있을 법 한데 그 정확한 내용은 뭘까?
카를로스의 유에프오 슛과 같은 스핀킥은 공의 회전력을 따져보면 원리를 쉽게 알 수 있다.
카를로스의 킥 장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공의 오른쪽 아래쪽 모서리 부분을 위에서 아래로 감싸듯 강하게 차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발을 떠난 공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앞으로 진행한다.
이 때 진행되는 공의 오른쪽 부분은 공기의 흐름과 마찰이 생겨 압력이 높아진다. 반대로 왼쪽 부분은 공의 회전 방향과 공기의 흐름이 일치해져 압력이 낮아지는 효과를 일으킨다.
이렇게 생겨난 차이로 인해 공이 압력이 높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조금씩 이동하면서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 골키퍼가 손 쓸 틈도 없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비행접시가 날아오는 것 같은 슛의 위력1997년 당시 카를로스가 찬 공은 초당 10회전에 41.6m/s의 속도였다. 축구공이 초당 8~10회 회전한다고 가정할 때 37m의 거리에서의 슈팅은 직선거리보다 4m 이상 비켜나면서 골문을 향하게 되는 효과를 발휘한다.
이 같은 현상은 1852년 독일 물리학자 ''하인리히 구스타프 마그누스''가 포탄의 탄도를 연구하던 도중 발견한 원리로 ''마그누스 효과(Magnusffect)''로 불려지고 있다.
마그누스 효과는 축구의 프리킥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야구의 커브볼이나 비행기를 뜨게 하는 등에도 이용되고 있다.
또한 프리킥을 찰 때 키커와 수비수의 거리 9m15cm에도 마그누스 효과가 적용된다.
피파에서 자체 연구한 결과를 보면 마그누스 효과를 이용한 프리킥은 9m15cm부터 공이 휘는 것으로 나타난다.
축구공이 29.21m/s를 넘어서 축구공의 표면 공기층이 난류층을 형성하게 되면 항력이 작아져 축구공의 속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게 되는데 이러한 효과를 받지 않게 되는 시점이 9m15cm 지점부터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9m15cm 전까지는 공이 회전 없이 직선으로 날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 때 공의 힘은 휘어지기 시작한 후에 비해 강하게 돼 수비수가 맞을 경우 큰 부상을 당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9m15cm라는 안전거리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원리들을 이해했다고 해서 누구나가 카를로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단 카를로스와 같은 킥을 차기 위해선 속도가 중요한데 축구전문가들은 현재 이 정도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선수는 카를로스와 영국의 베컴 정도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카를로스 정도의 킥은 아니라도 스핀킥을 구사하고 싶다면 원리를 적용한 연습밖에는 방도가 없을 듯 하다.
스핀킥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공이 회전을 일으키며 앞으로 날아가게 해 공기와 마찰이 나타나게 해야 한다.
때문에 공의 회전과 직진을 동시에 나오게 차는 것이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꾸준한 킥 연습을 해야 되며 오랜 시간을 거쳐 효율적인 임팩트 지점과 각도를 좌우로 수정 연습해 몸으로 익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