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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밀양 사건 담당한 형사과장의 눈물 "

    • 2004-12-14 21:02

    실무자들 몇몇에게만 책임 지운다고 관행개선될까?

     


    14일 오전 한나라당의 밀양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진상조사가 끝난 울산남부경찰서 회의실.


    마치 국정감사장을 방불케하듯 국회의원들의 고성과 질책은 수사라인에 있었던 경찰들에게 쏟아졌다.

    짧은 침묵 깬 고참 형사의 눈물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직후 모두가 썰물처럼 빠져 나간 뒤 공교롭게도 사건을 지휘한 형사과장과 팀장, 그리고 기자만이 남게 되었다.

    침묵은 잠시였다. 형사과장은 기자의 두 손을 잡고서는 이내 평펑 울기 시작했다. 팀장 역시 복받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채 주저 앉아 소리내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장기자! 정말 남 원망 안한다. 다 내 잘못이다.",

    "그래도 난 괜찮은데 다른 직원들은 무슨 죄가 있노?"

    "집에 아내한테..."

    일주일 사이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아온 형사과장은 이번 사건의 인권침해 문제점을 처음 제기한 기자를 보자 만감이 교차한듯 막무가내로 울기만 하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밀양사건의 전말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기자 역시 덩달아 눈시울을 붉힌채 손을 꼭 잡고 말을 잇지 못했다.

    "당신 책임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너무 걱정말고 좀 쉰다고 생각해라" ...

    무슨 말을 어떻게 꺼내야 할지 머리속이 복잡해졌다.하지만 어떤 말을 한들 위로가 되고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싶었다.

    기자를 껴안고, 두 손을 잡고 펑펑 울고 있는 형사과장은 수사책임자도 총경진급 문턱에서 좌절된 경찰간부도 아닌 그저 평범한 한 사람일 뿐이었다.

    여론의 뭇매와 인사조치에 이어 계속된 진상조사로 인한 중압감에 아마도 주저앉고 싶은 생각이었을 것이다.

    한정된 시간에 41명이라는 가해학생들을 어떻게든 조사하려고 했으니 숨돌릴 틈 없었다는 것도 맞는 말이다.

    한정된 수사 인력에 몇몇 실무자만 바꾼다고 관행 바뀔까?

    연이어 울산을 방문한 정부기관 관계자와 여야의원들은 경찰에 호된 질책과 함께 인권수사를 위한 수사지침 정비와 시설보완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수도 없이 남기고 돌아 갔다.

    이 말을 곰곰히 되짚어보면 과연 경찰의 비인권적인 수사관행이 몇몇 경찰들을 징계한다고 개선될까하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만감을 접고 다시 연락하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길목까지 형사과장의 오열소리가 뒤따라오는 것만 같은데 연신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와 마감시간에 쫓기는 기자의 마음이 그처럼 옹색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CBS울산방송 장영기자 tenten10@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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