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선수쪽 선저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모두 침몰한 가운데 구조대원들이 야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세월호가 침몰한 제도적-구조적 원인과 관련해 한국해운조합이 급부상하고 있다. 한국해운조합이 국내 여객선의 안전관리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법 22조에 따라 현재 국내 여객운송사업자는 한국해운조합으로부터 안전운항에 관한 지도 및 감독을 받도록 돼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해운조합이 선임한 선박운항관리자가 구명장비 및 소화설비의 비치 여부, 탑승인원과 화물적재 상태 등 여객운송사업자의 운항관리규정 이행상태를 확인한다. 현재 전국 27곳에 74명이 활동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해운조합이 감독 대상인 여객운송사업자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조직이라는 점이다. 즉 한국해운조합이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을 감독해야하는 만큼, 구조적으로 제대로 된 관리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적으로 선사 이익단체인 한국해운조합이 '갑'이라고 할 수 있는 회원사들의 운항에 차질을 주면서까지 엄격하게 관리하기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이다. 이른바 '셀프 감독'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이 출항 전 점검보고서에서 탑승 인원과 선원 수, 화물 적재량을 모두 엉터리로 기재했지만, 한국해운조합 소속 운항관리자가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한국해운조합의 경영진들은 대부분 낙하산 인사 출신들이다. 한국해운조합 설립 이후 지금까지 12명의 이사장 가운데 10명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나 국토부, 해양경찰 등 전직 고위 관료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현 이사장도 국토해양부 2차관 출신으로, 공직에서 퇴임한 지 6개월 만에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사장 아래의 상임이사 3명 중 한홍교 경영본부장과 김상철 안전본부장도 각각 해수부와 해양경찰청 고위 간부 출신이다. {RELNEWS:right}
결국 한국해운조합이 여객선 안전 관리라는 담당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낙하산과 갑을 논리로 표상되는 제도적 구조 속에 얽혀 있는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2일 세월호 선내 비상훈련 여부와 안전점검 통과 과정 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런 일들을 선사를 대표하는 이익단체인 해운조합에서 해왔다는 것도 구조적으로 잘못된 것 아니겠느냐"라며 "해양수산 관료 출신들이 38년째 해운조합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것 또한 서로 봐주기식의 비정상적 관행이 고착돼온 것이 아닌지 밝여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