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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이쁜 내 새끼 없는 집에 어떻게 들어가요"

사건/사고

    [세월호 참사]"이쁜 내 새끼 없는 집에 어떻게 들어가요"

    아들이 차려준 생일상, 삼겹살 먹던 옥상…온통 자녀 흔적뿐인 집

     

    세월호 침몰 사고 26일째인 지난 11일 오후, 김선형(가명) 씨는 휴대전화에 담긴 딸의 사진을 어루만지며 깊은 한 숨만 내쉬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멀쩡한 집을 두고 한 달 가까이 진도 실내체육관에 머물고 있는 김 씨. 하루종일 멍하게 있던 그의 눈이 매서워지는 순간은 오직 수색 상황이 적힌 게시판을 볼 때 뿐이다.

    "유속이 빨라지나 느려지나, 파도 높이는 지금 얼마나 되나 종일 그것만 보고 있다"는 김 씨는 게시판을 한참 들여다보더니 "오늘도 쫑쳤다"고 풀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날은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탓에 수색 게시판은 깨끗했다.

    "빨리 찾아서 올라가야할텐데…" 울먹이며 입을 열다 "에효, 아니다 올라가면 뭐해, 집에도 못 들어갈걸…" 금세 말을 바꿔버리는 김 씨.

    "내 새끼 보고싶어서 어떻게 살아, 올라가더라도 어차피 집에도 못 들어가고 밖에서 살아야 할 거야…"

    그래서 당장 실내체육관을 떠버리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또다시 비참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김 씨의 눈에는 수학 여행을 보내던 아이의 뒷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우리 애는 고등학교 와서 처음 수학 여행간다고 정말 좋아했다"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내가 죄인이다, 내가 죽었어야했는데…"

    앞으로 딸이 없는 집에서 어떻게 생활해야하는지, 눈앞이 깜깜하기만 하다는 김 씨는 "이번 사건은 한 사람만 죽인 게 아니라 300여 가정을 완전히 파탄낸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그래도 자네는 첫째 아들이 있잖아. 나는 그 녀석 하나밖에 없어. 아들 하나야 딱 하나"

    하나뿐인 아들이 저 컴컴하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얼른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이진수(가명) 씨도 "더 이상 인생에 낙이 없다"며 김 씨의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씨가 휴대전화를 켜자, 이곳 체육관의 여느 부모가 그렇듯 바탕 화면에 자녀의 사진이 떴다.

    그는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아로새기듯 세심히 보면서 지난 18년 동안의 추억을 떠올리고 있었다.

    "어이구 이쁜 내자식" 입가에는 살며시 미소가 지어졌지만 두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지난해 아들이 차려준 생일상 앞에서 부자가 다정히 찍은 사진, 그리고 집 옥상에서 아들과 함께 삼겹살 구워먹으며 찍은 사진을 보던 그는 결국 숨이 턱 막혔다.

    아들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있는 '우리 집'의 모습은, 아들의 체온이 그립기만 한 아버지의 마음을 더욱 아리게만 한 것이다.

    "아들이랑 옥상에서 삼겹살도 구워먹고 했는데 이제는 누구랑 구워먹냐…이제는 삼겹살 안 먹을래, 이제 아빠랑 같이 밥 먹고 생일 케이크 사다주면서 아양 떨어줄 놈도 없어."

    이 씨는 힘없이 휴대전화 케이스를 덮었다.

    '혹시라도 기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잠시 뒤 뭔가 갑자기 생각난 듯 떨궜던 고개를 번쩍 들면서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 한 번 해볼까. 혹시 여보세요~ 하면 기적이다 기적…"

    아들에게 전화를 건 이 씨. 옆에서 김 씨가 정신차리라며 타박을 주는 데도 이 씨는 휴대전화기를 귀에 꼭 붙이고 아들의 컬러링을 듣고 있었다.{RELNEWS:right}

    "신호가 간다니까. 휴대전화는 아직 배 안에 있다는 소리야…"

    지푸라기같은, 썩은 동아줄 같은 기적이라도 잡고 싶은 심정에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넘어갑니다"는 연결음이 나오는대도 전화를 쉽사리 끊지 못했다.

    지난 18년 동안 지루하리만큼 평범하고 소박하던 일상을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는 아픔에, 실내체육관의 가족들은 또다시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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