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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 보이콧부터 소송 예고한 '전기영화'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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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칸영화제 보이콧부터 소송 예고한 '전기영화' 봇물

    그레이스 켈리부터 '섹스 스캔들' 스트로스 칸에 관한 영화까지

    14일(현지시간) 제67회 칸국제영화제 개막식 현장에서 개막작으로 상영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에 출연한 배우 니콜 키드먼과 팀 로스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칸영화제 공식홈페이지)

     

    지난 14일 프랑스 남부도시 칸에서 개막한 67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유난히 전기 영화가 많이 초청됐다.

    모나코의 왕비가 된 미국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를 주인공으로 한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가 개막작으로 초청된데 이어 장편 경쟁 부문에 오른 총 18편의 작품 중 4편이 실존한 인물에 관한 영화다.

    천재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에 관한 전기영화 '생 로랑'부터 영국화가 터너의 전기영화 '미스터 터너', 아직도 신비에 싸인 공산주의자 지미 그랄턴의 이야기를 그린 '지미스 홀' 그리고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금메달리스트 마크 슐츠에게 벌어진 비극적 사건을 다룬 '폭스캐처'가 그 면면이다.

    하지만 중반으로 접어든 칸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전기영화는 경쟁, 비경쟁 그 어느 섹션에도 초대받지 못한 영화 '웰컴 투 뉴욕'이다.

    이 영화는 2011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당시 IMF총재 스트로스 칸에 관한 영화인데, 현지시각 16일에 VOD 개봉과 함께 칸 해변가를 달구었다.

    한때 칸의 부인이었으나 섹스 스캔들이 터지면서 이혼한, 프랑스 남성들의 이상형인 정치평론 앵커 안 생끌레르는 이 영화에 대해 "구토가 나오는 반유태주의영화'라고 분노를 표하고 있다.

    당사자인 스트로스 칸은 현지시간으로 19일 변호사에게 "명예훼손으로 고소해달라"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모나코 왕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 보이콧

    영화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의 한 장면

     

    14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67회 칸영화제는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를 상영하면서 시작됐다.

    1958년 칸영화제 개막식에 참석했던 모나코국왕 레니예 3세를 만나 결혼, 모나코 왕비가 되고 32세에 여배우로서의 삶에 종지부를 찍은 아름다운 미국 여배우 그레이스 켈리 역을 니콜 키드만이 맡았다.

    프랑스 일간지에 따르면, 특별상영작인 개막작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는 '영화가 상업적 목적을 위해 사실을 왜곡한다'는 모나코 왕가의 거센 비난 때문에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영화에 히치콕 감독이 그레이스 켈리에게 품었던 연정을 영화에 담을 것을 프랑스 감독인 올리비에 다한에게 요구해서 미국 제작자와 감독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칸 근처에 있는 모나코에서 관행적으로 영화제에 참석했던 왕실가족은 올해 개막식을 보이콧했다는 후문이다.


    ◈ 영국화가 터너의 전기 '미스터 터너'

    이번 영화제에서는 황금종려상을 두고 공식경쟁부문에서 경합을 벌이는 18편의 장편 가운데,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처럼 실제인물의 실화를 다룬 전기영화 몇 편이 특별히 돋보인다.

    '미스터 터너'는 인상주의 미술을 프랑스보다 앞서 예고했던 위대한 영국화가 터너의 말년 25년에 걸친 전기 영화다. 이미 '비밀과 거짓말'로 1996년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는 영국 노장 감독 마이크 리의 작품이다.

    영화 '미스터 터너'의 한 장면

     

    반복적이며 평이하다는 평으로 미루어 황금종려상에서 멀어지는 듯하지만, 그의 영화에 벌써 네 번이나 단골 출연한 배우 티모시 스폴이 화가 터너 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그는 이 배역을 위해 2년 전부터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 불안한 천재의 내면, '생 로랑'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의 '생 로랑'은 천재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1965년부터 1977년까지의 삶을 다룬 전기 영화다. 이 작품은 생 로랑의 최측근인 디자이너 피에르 베르제로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고 제작비가 줄어들어 감독은 고초를 겪었다.

    우리나라에도 개봉된 '코코 샤넬' '샤넬과 스트라빈스키' 같은 영화처럼 패션산업계는 이런 영화에 몹시 민감해지는 모양이다. 2008년에 사망한 이브 생 로랑에 관한 영화는 벌써 '이브 생 로랑의 라무르' '이브 생 로랑' 두 편이나 있다.

    잘릴 레스페르 감독의 이브 생 로랑이 실제인물 피에르 베르제의 관점을 존중해서 또 그의 전폭적 지지아래 만들어졌다면, 전기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보넬로 감독은 "이 영화는 특별히 개인적인 영화", 즉 자신만이 만들 수 있는 영화라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지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자신이 어린 시절을 보낸 70년대의 아이콘인 생 로랑이 어떻게 명품브랜드를 만들어 가는지 그려내려 했고, 경제적 제약(제작비 축소)이 자신의 미학적, 서사적 선택에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영화 '생 로랑'의 한 장면

     

    르몽드지에 따르면, 보넬로 감독은 생 로랑의 천재성과 아무도 도울 수 없었던 자기 파괴적 신경증을 한 번에 잘 보여주며, 여러 매체로부터 생 로랑의 전기영화 가운데 연출과 영상미에서 가장 영화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미스터 터너가 원래 화가가 되고자했던 마이크 리 감독 자신을 투영하지 않았을까 예상케 하며 화가의 작업을 충실히 재현하는 영화라면, 생 로랑은 일에 몰두하는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삶보다는, 마약과 인간적 허약함으로 와해하는 불안한 천재의 내면적 목소리가 중심이 된다는 평을 받았다.

    ◈ 캔 로치의 전기영화 '지미스 홀'

    실화라는 특성 때문에, 어떤 진실에 초점을 맞추는지에 따라 전기영화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을 또 한편의 전기영화 '지미스 홀'이 보여줄 예정이다. 71세인 마이크 리 감독처럼 켄 로치 감독도 영국인이며, 2006년에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76세 노장이다.

    지미스 홀을 마지막으로 극 영화계에서 은퇴를 선언한 켄 로치 감독은 '케스' '하층민들' '레이닝 스톤' '엔젤스 셰어: 천사를 위한 위스키'에서처럼 젊은 세대를 세상의 주역으로 그려내고, 언제나 좋은 평가를 받는 감독이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지미스 홀은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다룬 영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의 10년 후를 보여주는 아일랜드 이야기이며, 아직도 신비에 싸인 아일랜드 공산주의자 지미 그랄턴이란 인물의 전기이다.

    지미 그랄턴은 1920년대 미국의 음악을 들고 고향에 돌아와 음악과 춤, 스포츠 등 사람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으나, 종교적·이념적 갈등으로 추방돼 뉴욕에서 죽는 인물인데, 그에 관해 남아 있는 두 편의 다큐멘타리와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제작했다고 한다.

    영화 '지미스 홀'의 한 장면

     

    종교와 경제의 횡포를 고발한다는 이 영화를 위해 감독은 단골 시나리오 작가 폴 래버티와 손을 잡았다. 자유로운 정신이며 선한 인물로 기억되는 지미 그랄턴의 행적이 교회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지워졌는지 설명한다. 보도자료를 통해 폴 래버티는 "권력에 대항하는 인간의 투쟁은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이다"라는 밀란 쿤데라의 말을 인용했다.

    ◈ '웰컴 투 뉴욕' 섹스 스캔들로 추락한 스트로스 칸 이야기

    아벨 페라라 감독이 만들었지만 경쟁, 비경쟁 그 어느 섹션에도 초대받지 못한 영화 '웰컴 투 뉴욕'도 실제인물에 관한 영화다. 2011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당시 IMF총재 스트로스 칸에 관한 영화인데, 현지시각 16일에 VOD 개봉과 함께 칸 해변가를 달구었다고 한다.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영화제작자는 "엘리트계급, 정치인, 언론이 맺고 있는 근친상간 관계"를 비난하며, 모든 단계에서 일어나는 자가검열이 얼마나 가련한지 한탄했다. 원래 이자벨 아자니가 출연하기로 했는데, 중도하차했고 이는 영화제작을 방해하는 압력 때문이었다고 제작자의 말을 전했다.

    리베라시옹에 따르면, 3년 전인 2011년 5월14일 IMF 의 총재였던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이 뉴욕경찰에 의해 수갑 채워지고 체포되는 장면은 영화제에 참가한 언론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 사건으로 초현실주의적인 분위기가 드리운 칸영화제에 대해 "칸영화제는 끝났다. 스트로스 칸의 축제가 시작됐을 뿐"이라고 당시 신문에 표현되기도 했을 만큼 충격적으로 각인되었던 일이 영화로 다시 환기된 것이다.

    약 20년 전 프랑스 여성잡지에서 가장 꿈꾸는 여성타입을 물었을 때 프랑스 여자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거론했지만, 프랑스 남자들은 안 생끌레르라 대답했던 적도 있었다. 똑똑하고 아름다운 정치평론 앵커로 이름을 날렸던 그녀는 이 사건으로 스트로스 칸과 이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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