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복 새누리당 인천시장 후보(좌측), 송영길 새정치민주연합 인천시장 후보(우측).
6·4지방선거 인천시장 선거는 '마이너스(-)와의 전쟁'이다. 인천시민들부터 인천시 살림살이를 걱정할 만큼 핫이슈는 뭐니뭐니해도 부채 줄이기였다.
4년 전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던 안상수 시장이 인천시 공무원 수당 지급을 미룰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채 문제에 대한 후보들 사이 치열한 공방이 오갔다. 달라진 건 새정치민주연합 송영길 후보와 새누리당 유정복 후보와 창과 방패를 바꿔 쥔 모습이라는 것이다.
인천시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2조 7천억여원. 유 후보는 송 후보 시장 재임 중 부채가 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송 후보는 부채산정기준이 바뀌었고 안 전 시장이 만든 재정위기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반박한다. 복잡한 셈법 논쟁이 불붙은 것이다.
◈ -6조원 VS ±0원유 후보가 "송 후보가 임기 동안 부채를 늘렸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부채가 4년 전 7조원대에서 13조원까지 늘었다는 명목 수치다. 유 후보는 지난 12일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결과적으로 부채 관리에 실패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에서는 "부채 부패 부실의 '3부 시정'을 바꾸겠다"면서 "국비, 교부세 등 정부지원을 충분히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재무개선단 신설 ▲투자유치단과 규제개선단 설치 ▲기존 사업 원점 재검토 ▲국비 확보팀이 신규 세원 발굴 ▲준설토 투기장 소유권 확보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당대표 시절과 대선 경선 때 비서실장을 맡으면서 얻게 된 '친박계 핵심'이라는 타이틀 때문이다. 여기에 김포시장과 농림수산식품부, 안전행정부 장관 등을 역임한 '행정의 달인'이라는 경력도 있다. 유 후보가 공약한 인천발 KTX 신설, 인천~강릉 고속화 철도 건설의 실현 가능성에 신뢰를 주는 대목이다.
송도 신도심에서 가방가게를 운영하는 김경옥(60.여) 씨는 "전에는 송영길 시장을 찍었는데 막상 야당을 앉혀놨더니 힘이 부족하지 않나 싶다"면서 "빚이 오히려 늘고, 벌려놓은 사업도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유정복 후보가 '힘 있는 시장'이 되지 않을까 본다"고 기대했다.
이에 맞서 송 후보는 유 후보 측의 '부채 6조 증가' 주장에 오류가 있다고 반박했다. 송 후보는 먼저 유 후보가 안행부 장관 시절이던 때 바뀐 부채 산정기준을 이유로 든다. "당초 부채는 7조원대가 아닌 9조 4000억원으로 모두 3조 넘게 늘었다고 봐야하는데 (전임 시장시절) 분식회계 8000억원과 편법출자 2조 2000억원을 합하면 실제 부채가 거의 동일하고 지금은 줄고 있다"는 게 송 후보의 설명이다.
여기에다 1년에 4000억원의 이자를 갚으면서도 886억원의 흑자 결산을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동인천역에서 26년째 쌀가게를 했다는 박종수(52) 씨는 "송 시장이 잘한 건 인천 빚 탕감을 많이 한 것 아니냐. 조 단위로 줄인 것으로 안다"고 평가했다.
송 후보는 지난 20일 부채감축 공약 발표를 통해서는 "인천시 총 부채의 절반인 6조원을 2018년까지 줄이겠다"면서 ▲취득세 등 세수 증가 3000억 ▲분양 및 토지매각 2조 6464억 등 수입확대와 ▲세출 구조조정 등을 통한 지출절감 방안을 제시했다. 송 후보는 이와 함께 재임기간 녹색기후기금(GCF)과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인천 유치 성과도 부각하고 있다. 아시아경기대회 등을 통해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고, 일자리 30만개 창출도 약속했다.
또 차세대 대권주자로서 인물론도 내세운다. 그는 인천 부평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시민사회운동을 해왔고, 사법시험 합격 뒤에도 인천에서 인권변호사로 활동해 정계에 입문해 3선에 성공했다.
◈ 세월호 참사 후폭풍…누가 덜 받나
인천시장 선거의 또 다른 관전지점은 세월호 참사 여파 덜 받기다. 여기선 송 후보가 칼자루를 쥔 모습이다. 송 후보는 안 후보가 전임 행정안전부 장관이었다는 아킬레스건을 공략하고 있다. 송 시장은 CBS라디오에 나와 "탑승자, 실종자 숫자도 집계 못하는 우왕좌왕하는 안행부 장관이 지방선거에 차출된 것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면서 "아무래도 많은 시민들께서 선거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지 않겠느냐"고 정권문책론을 내세웠다.
이에 맞서 유 후보는 책임론에는 통감하면서도 "세월호 사고에 어느 누구도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냐"면서 "중앙정부에서 시스템을 마련하고 제도를 개선해도 현장에서 적용되고 실천되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결국 취소했지만 지난해 인천시가 청해진해운에 물류발전대상 특별상을 수여한 것은 송 후보 측을 향한 반격 포인트다.
지난 20일 인천의 한 시장에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국회 긴급현안질의를 TV로 지켜보던 김종선(75) 할머니는 "멀쩡한 애들을 물구덩이에 빠뜨려놓고 구할 수 있는 걸 안 구한 것 아니냐"면서 "속상하다. 정부가 잘한 게 없다"면서 여당 심판론에 동의했다.
하지만 옆 가게 상인인 남모(52·여) 씨는 "세월호도 세월호지만 일단 장사가 안돼서 골치 아픈데 거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겠냐"면서 "장사 잘 되게 해주는 사람을 찍을 것"이라고 표심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천은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 51.6%, 문재인 후보 48.0%를 지지했다. 소수점 아래 한자리까지 대선 전체 결과가 일치한 것이다. 전국 표심의 풍향계로 인천이 꼽히는 이유다. 그래서 이번 선거에서도 인천의 선택에 전국의 이목이 집중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