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국무총리 (사진=윤성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한 것은 그 누구를 총리 후보로 임명해도 인사청문회 통과를 장담하지 못한다는 현실적인 판단 때문이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26일 박 대통령이 정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한 결정을 전한 뒤 유임 배경을 설명했다.
윤 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안대희·문창극 두 총리 후보자가 연거푸 낙마한 상황에서 국정공백을 최소화하고 국영운영을 효율화할 수 있는 방법을 두고 고심한 끝에 정 총리 유임을 결정했다.
지난 4월 27일 사표 수리 방침을 밝힌 이후 꼭 60일 만에 나온 정 총리 유임 결정으로 '코미디'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이런 비난을 감수하기로 결심한듯 하다
윤 수석은 이와 관련해 "'고심한 결과가 이거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인사청문회가 열리기까지 문제제기 부분 그리고 당사자 반론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이 의혹이 제기되는데 당사자의 심적 괴로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까 많은 분들을 놓고 찾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윤 수석의 이같은 말은 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최우선적인 조건에 놓고 총리 후보자를 물색했지만 찾지 못했다는 고백에 다름아니다. "좋은 분은 많지만 고사한 분도 있고 해서…"라는 윤 수석의 부연은 이같은 정황을 뒷받침한다.
정 홍원 총리도 계속 총리직을 맡아 달라는 박 대통령의 권유에 대해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결국 받아들이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이 총리 후보자를 찾지 못한 채,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밝힌 정 총리를 두 달만에 다시 쓰기로 한 것은 인사청문회 과정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수첩'에 의존한 박 대통령의 폐쇄적인 인사스타일을 지적하는 여론이 더 크다.
자신이 알고, 써 본 사람을 다시 쓰는 박 대통령의 인사스타일로는 국민적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인재를 찾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박 대통령은 인사수석실을 신설하겠다고 밝혀 향후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인사스타일의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정 총리 유임 결정은 또 다른 분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사고 수습을 이유로 유임된데 이어 정 총리까지 유임된 것이다.
세월호 사고 가족들을 위로하러 갔다가 의자에 앉아서 컵라면 먹는 사진 한 장 때문에 짐을 싸게 된 서남수 교육부 장관만 억울하게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김명수 교육부 장관 내정자가 논문 표절 등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어 청문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특별한 하자가 없는 서 장관의 유임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의 용인술이 한동안 도마 위에 오를게 분명하다.
박 대통령이 정 총리를 유임시키기로 한 것은 김기춘 비서실장에 대한 절대적인 신임이기도 하다. 인사검증 실패 책임을 져야할 비서실장을 그대로 놔둔채 인사청문회를 탓하며 짐을 싸기로 한 총리를 다시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