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한 세월호와 구조작업을 펼치는 해경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가 나던 날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국정의 중심, 컨트롤타워, 청와대는 무슨 일을 하고 있었을까?
오전 8시 58분 세월호 침몰 사고 신고가 바로 청와대에 전달됐을 테고, 당연히 대통령의 인명 구조 지시가 바로 내려갔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과연 그랬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구조 지시를 몇 시, 몇 분에 내린 것일까? 또한 구조를 위한 총동원체제를 가동하긴 한 것일까 등 의문이 끊이질 않았다.
그 해답이 4월 16일 오전 청와대와 해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통화를 통해 일부나마 확인됐다.
청와대 위기관리센터는 사고 당일 오전 9시 20분부터 해경으로부터 보고를 받기 시작한다.
청와대는 9시 20분에서야 해경에 전화를 걸어 여객선의 이름과 조난신고 시점, 탑승객 수를 확인한다.
오전 9시 20분이면 세월호가 침몰중이라며 해경에 정식으로 신고(오전 8시 58분)를 한지 22분이 지난 시간이며 이때는 학생들이 “배가 침몰중이니 구조해 달라”며 119와 부모 형제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보고가 난지 22분이 지나서야 대한민국 최고의 사령탑이 움직였다는 얘기다.
그동안 뭘 했는가 라는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오전 9시 42분. 청와대는 “지금 구조작업을 하고 있나요” '라고 묻는다.
해경 상황실은 "지금 아직 구조 단계는 아니고요 지켜보고 있는 단계입니다"라고 답한다.
이때도 청와대는 구조를 촉구하지 않는다. 단지 보고만을 받을 뿐이다.
구조의 ‘황금시간’대를 놓친 것이다.
이 시간이면 세월호가 70도가량 기울어 침몰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전 10시 10분. 청와대는 "빨리 인원만 확인해 가지고 다시 한번 전화를 주시고요"라고 주문한다.
오전 10시 25분. 세월호가 90도 이상 기울어 사실상 침몰, 전복된 상태인 시간에 청와대는 박근혜 대통령의 첫 번째 메시지를 전달한다.
녹취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단 한명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에 객실과 엔진실 등을 철저히 확인해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일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박 대통령이 해경에 지시한 내용이라”며 언론에 공개한 내용 그대로다.
세월호가 뒤집혀 선내 진입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시간에 박근혜 대통령의 첫 구조 지시가 해경에 내려온 것이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신고가 해경에 접수 된지 꼭 1시간 27분(87분)이 지난 뒤에야 인명을 구조하라는 대통령의 첫 메시지가 나온다.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았다.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허술한 대처는커녕 아예 초동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만약 박근혜 대통령, 김장수 실장, 김기춘 비서실장 중에서 누구 한 명이라도 세월호 침몰 사고 신고가 접수된 8시 58분부터, 아니 9시쯤에라도 바로 움직여 해경과 경찰, 해군, 119 소방본부, 전라남도 등에 총동원체제를 내리고 구조를 채근했다면 구조 인원은 172명보다는 최소 수 십명 이상 많았을 것이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호(號)의 선장실(청와대)은 고장났고, 무능했다’고 지적해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그렇다면 그 시간에 대통령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기춘 비서실장은 어디서 뭘 하고 있었던 것일까?
더 가관인 것은 청와대가 대통령의 보고용이라며 해경에 “현장 영상을 보내라”며 대통령 보고에만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