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제공/자료사진)
박근혜 정권이 세월호 참사 발생에서부터 구조와 초동 대응, 검찰 수사, 유병언 검거, 세월호 특별법에 이르기까지 단 한 가지도 제대로 한 게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능' 그 자체다.
청와대와 정부의 무능은 4월 16일 오전 8시 58분부터 시작됐다.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단 학생들을 포함해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하고 있다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으나 해양경찰청을 비롯해 청와대와 총리실, 안전행정부, 해군은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해경의 초동 대응은 한심하다는 말밖엔 달리 할 말이 없을 정도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도 국회 세월호 특위에서 초동 대응을 잘못했다고 밝힐 정도였다.
눈에 보이는 구조에만 치중하다 선실에서 해경의 구조를 기다리던 학생들을 포함해 선실에 갇혀 있던 승객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다.
총리실과 안행부 중앙재난대책본부는 생존자와 구조자의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오락가락한 숫자를 제공하는 등 4월 16일 하루 종일 허둥댔다.
더 심각한 곳은 청와대다.
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은 지금까지도 의문에 휩싸여있고 첫 구조지시가 세월호 침몰 신고 87분이 지난 오전 10시 25분에서야 나왔다.
국무총리와 해경청장, 안행부 장관에 대한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아닌 서면지시였다.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서 정상적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면 5분도 안 돼 전달됐어야 할 대통령의 구조 지시가 87분 만에 나왔으니 대통령의 당일 행적에 대해 의문을 갖는 건 당연하다.
청와대의 세월호 침몰 첫 대책회의가 오후 3시를 넘어 열렸다.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어디에서, 뭘 했느냐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모습(사진=목포해경 제공)
◈ 4월 16일 대한민국 컨트롤타워는 없었다대한민국의 컨트롤타워가 4월 16일엔 공석이었다 해도 지나친 지적은 아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지난 10일 국회 세월호 침몰사고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세월호 참사 구조활동을 지휘하지 않았으며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고 안전행정부 중앙재난대책본부장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은 특히 "해경이 (세월호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학생들 나가라 해야지, 대통령이 구조하는 분은 아니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책임을 회피하고, 해경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 국정감사 특위 위원은 "대한민국 청와대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봤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를 책임진 정부 고위관계자는 강병규 전 안행부 장관이 유일하다.
정홍원 국무총리도, 이주영 해수부 장관도, 김기춘 비서실장도 사실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유병언 시신이 발견된 매실밭(사진=전남CBS 최창민 기자)
◈ 검찰과 경찰은 40일간 유병언 유령을 쫓는 헛발질만 했다박근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무책임 속에 검찰 수사도 허점투성이고 헛발질만 했다.
검찰은 세월호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 씨 검거는커녕 숨진 지 40일이 되도록 유령을 찾아 헤맸다.
죽은 유병언의 현상금은 5억원까지 올리고 전국민을 상대로 한 반상회를 여는 등 40일 동안 유령과 싸운 '얼뜨기' 검찰과 경찰의 추적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다섯 차례나 유병언에 대한 조속한 검거를 지시할 정도로 한심한 정부 그 자체였다.
◈ 변사체, 유령에게 영장 재청구한 검찰유전자 감식(DNA)를 통해 유병언의 사망을 확인한 날(7월 21일) 유 씨에 대한 6개월짜리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으니 변사체, 유령에게 영장을 재청구한 꼴이 됐다.
경찰과의 공조수사와 검거 작전이 허구에 지나지 않았다.
순천경찰서도, 순천지청도 지난달 12일 송치재 부근 밭에서 발견된 변사체에 대해 의문을 갖지도 않았고, 변사체의 유류품을 챙겨보지도 않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청은 순천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을 직위해제하며 책임을 피하려 하고 있으나 무능한 경찰과 검찰에 대한 여론은 싸늘하다.
검찰과 경찰 수뇌부의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은 유병언 씨 검거를 위한 금수원 진입을 계속 미루다 유병언 씨가 금수원을 빠져나가게 한 꼴이 됐고, 수사 처음부터 유 씨의 도피가 충분히 예견되는데도 기업인 수사 방식으로 대처하다 뒷북만 쳤다.
검찰은 세월호 참사의 최고 책임자인 유 씨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으며 결국 재산환수와 유 씨와 연결된 관피아들, 정관계 로비 수사도 진척할 수 없게 됐다.
유병언 씨 동결 재산은 현재 645억원에 불과하며 그것도 가족들이 소송을 하면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할 수 있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정밀 감식을 위해 서울로 이송된 22일 오전 서울 양천구 신월동 서울과학수사연구소로 구급차가 들어가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유병언을 검거하지 못한데 따른 부담과 부작용, 역풍이 너무 크다.
청와대와 총리실, 안행부, 해군, 해경, 검찰, 경찰 등 정부기관들의 총체적인 무능이 세월호 참사에서 오롯이 표출됐다.
◈ 여당, 청와대 비호하다간 책임 피하기 어려울 듯여당인 새누리당이 정부의 무능과 무력함에 가세하거나 비호하려 하고 있다.
유가족들이 단식 농성까지 하며 간절히 바라는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부여해 달라는 요구를 뿌리치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조사위에 특별검사를 포함시켜 제한적 수사권을 부여하는 절충안을 새누리당에 제안했으나 새누리당은 미온적인 태도다.
‘제한적 수사권’은 강제 구인권은 없지만 자료요청이나 압수수색을 할 수 있는 권한을 포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제한적 수사권이든, 제대로 된 수사권이든 수사권을 주는 것을 거부하는 이유는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을 주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청와대와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수사권이 자칫 청와대와 대통령을 향한 부메랑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