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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세월호 100일, 대통령은 왜 말이 없는가?

    • 2014-07-24 17:06

    [노컷사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24일 박근혜 대통령은 세종시 정부종합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를 기점으로 내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경제 부흥을 위해 매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세월호 참사와 잇따른 인사 실패에 따른 비난 여론을 뒤로 하고 이제는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같은 날 세월호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시민 등 600여 명은 장맛비를 맞으며 안산 정부합동분향소를 출발해 국회를 거쳐 서울광장까지 이틀간의 도보행진을 벌였다.

    세월호 참사 100일째인 24일 오후 세월호 가족대책위와 시민단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도보행진을 하며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이들은 이 행진을 '안전한 대한민국의 첫발이 바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라는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는 행진'이라고 규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지 한 달째인 지난 5월 16일 청와대에서 사고가족 대표위원회 대표단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세월호 사고 이전 대한민국과 그 이후 대한민국은 전혀 다른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근본부터 다시 바로잡고 국가대개조라는 수준으로 생각하면서 사회의 기초부터 다시 세우는 것이 안타까운 희생을 헛되게 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사흘 후 대국민담화에서 여야와 민간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포함한 특별법 제정을 제안했다.

    눈물로 국민에게 진심을 보였던 대통령의 의지가 지금도 똑같은 모습일까? 쉽게 수긍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약속 시한을 어긴 채 조사위원회의 수사권 문제에 가로막혀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철저한 조사와 책임소재를 분명히 가리는 것이 국가 대개혁의 첫 걸음인데도 수사권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여당의 주장에 대통령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런 침묵은 당연히 대통령의 동의로 읽힐 수밖에 없다. 청와대 조사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에 답을 해야 한다.

    빠듯한 살림살이를 통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경제 상황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대통령과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 살리기에 나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대통령은 100일을 맞은 세월호를 언급해야 했다. 아직도 10명이 바다에 갇혀 있고,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로 자녀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은 지금도 곡기를 끊은 채 철저한 진상규명을 부르짖고 있다.

    더욱이 유병언씨 추적 과정에서 보여준 검찰과 경찰의 무능은 온갖 괴담을 낳으면서 정부에 대한 불신을 초래하고 있다. 관피아 척결도 말만 무성했지 이렇다할 성과를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이후에도 지하철 추돌사고와 터미널 화재, 요양병원 화재, 열차 충돌 사고 등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잇따르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는 것이 마땅했다.

    대통령은 세월호 벗어나기가 아니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과 언급을 통해 국가 개혁의 약속을 점검하고 지켜나가야 한다. 사고 가족들과 국민에게 약속하던 그때의 초심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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