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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서 나온 업무용 노트북을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와 야당에서는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소유주임을 나타내는 문건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사전 보안점검을 실시한건 사실이지만 선박 안팎에 CCTV설치 등 보안과 관련된 사안만 통보했을 뿐이라며 '실소유주' 논란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의 세월호 연관성은 처음 사고가 발생했을 때부터 계속 제기됐다. 그렇지만 명쾌하게 풀린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왜 점점 커지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국정원 자료사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의 실체가 뭐냐?= 세월호가 침몰한지 두 달여가 지난 6월 24일, 침몰해있는 세월호 선내에서 노트북이 발견됐다.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는 곧바로 노트북에 대해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증거보전 신청을 했고 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에서는 증거보전 절차의 하나로 데이터 복원 전문 업체를 지정해 노트북의 내용을 복원하도록 했고 한 달여 만인 지난 25일 복원이 이뤄졌다.
노트북에 저장된 문건 중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파일이름이 있었고 그 파일을 여니 2013년 2월 27일 작성된 '선내 여객구역 작업 예정 사항 - 국정원 지적사항'이란 제목의 문건이 확인된 것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문건에는 100가지 정도의 지적사항이 담겨 있는데 아주 구체적이고 세부적으로 선내 상태에 대한 지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TV가 부족하다'거나 '카페에 있는 냉장고의 팬이 불량하다'거나 '화장실 환풍기 도색작업' 등의 내용과 심지어, '직원들의 3월 휴가계획서 작성 제출', '2월 작업수당 보고서 작성' 등의 내용까지 담고 있다.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 (세월호 가족대책위 제공)
▶ '직원들의 휴가계획'이나 '수당보고서 작성' 같은 건 배의 주인이나 CEO가 지시하는 것 아닌가?= 그래서 논란이 이는 것이다. 노트북에서 발견된 파일의 이름이나 문건에 '국정원 지시사항'이라고 기재돼 있는데 이 문건대로라면 당연히 세월호의 실제소유주가 유병언이 아니라 국정원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다.
세월호가족대책위는 "문건엔 국정원이 (세월호)직원들의 3월 휴가 계획서와 2월 작업 수당 보고서를 작성 제출하라는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이런 정황은 세월호 소유주가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이어 "정부는 지금까지 세월호 증축이나 개축을 유병언 회장이 지시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실소유주라고 주장해 왔는데 국정원이 세월호에 이렇게 깊숙이 관여하고 지시했다면 실소유주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라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도 "'국정원 지적사항'이라는 문건이나 천 톤 이상 선박 중 세월호만 국정원에 보고하도록 보고체계가 있는 걸 보면 소유관계 비슷한 게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국정원이 개입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세월호 국조특위 야당 간사인 김현미 의원 등 국조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번에 공개된 국정원 지적사항 100가지에는 그간 국정원이 주장해 온 7개 항목을 뛰어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국정원의 세월호 관리가 보안측정 범위를 뛰어넘는 것이었음을 보여준다"며 "국정원이 이처럼 세세하게 선박관리 운영 전반에 개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해명하라"고 촉구했다.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된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이 정말로 국정원에서 지적한 것이 맞는다면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 내지는 세월호 운항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100가지의 지적사항을 보면 국정원이 이런 사항까지 지적한 것이 맞을까 하는 의문과 함께 국정원이 이런 걸 지적했다면 보통 관계는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의 운항사인 청해진 해운과 실 소유주 등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23일 오전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 청해진 해운 인천 사무소를 검찰이 추가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 문건을 누가 작성한 것이냐?=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관계자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는 배에 타고 있던 선원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
박주민 변호사는 "노트북에 수록되어 있는 다른 내용들, 대부분의 내용들이 세월호에 탑승한 승객들에게 세월호에 대해서 안내하는 내용, 그 다음에 세월호에서 매번 진행하는 불꽃놀이에 사용된 음악, 이런 것들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세월호 선내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영상저장장치와 같은 곳에서 발견되었다"면서 "아마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선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 노트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노트북의 소유자나 사용자가 누군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박주민 변호사는 "노트북이 배에 탄 선원의 것으로 보이지만 소유주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노트북의 소유자나 사용자가 확인된다면 문건의 작성경위나 국정원이 실제로 세월호 운영에 구체적으로 관여했는지 여부가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의 입장은 뭔가?= 국정원은 국정원이 세월호의 실제 소유주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제기에 대해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실소유주 의혹제기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 "말이 안 된다"라면서 "100가지의 지적사항은 유관기관 지적사항이거나 세월호 자체의 작업사항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세월호 관계자가 내부 작업예정사항을 기재하면서 여러 기관이 지적을 하니까 대표적으로 '국정원 지적사항'이라고 한 것 같다"면서 "문건 작성자를 찾으면 확인될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해명이 오히려 의혹을 키운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런 측면이 있다. 국정원은 의혹이 제기되면 처음에는 부인하거나 발뺌하다가 가족대책위나 야당에서 자료를 제시하면 그제야 다시 해명하는 그런 태도를 되풀이 하고 있다.
국정원이 '국정원 지적사항' 문건과 관련해 7월 25일과 27일 두 차례 보도 자료를 내 해명에 나섰는데 그 내용이 달라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킨 측면이 있다.
국정원은 25일 보도 자료에서는 "국정원은 舊국토해양부(現해양수산부) 요청(2013년 2월 20일)으로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해 3월18~20일 '보안측정'을 실시했으며, 그 결과를 4월11일 해양수산부(비상계획관)에 통보했음"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27일 보도 자료에서는 "舊국토해양부(現 해양수산부)로 부터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보안측정 요청(2013년 2월 20일 접수, 3.18~20일 실시)을 받고 사전준비의 일환으로 인천해양항만청. 항만공사. 해운조합 등과 합동으로 2월 26~27일간 세월호를 방문하여 미비점 등을 점검한 사실이 있음"이라고 밝혔다.
야당이나 가족대책위에서 문제를 제기하면 그에 맞게 다시 해명하는 그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다.
박주민 변호사는 "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국정원 기관보고 때 세월호 관련해 국정원이 한 일이 있는지 있다면 보고하라고 했지만 하지 않다가 가족대책위가 문건을 공개하니까 뒤늦게 2월 26일과 27일 예비 사전점검을 했다는 자료를 냈다"면서 "국정원 스스로 의혹을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정원의 해명내용도 "당시 세월호 보안측정 결과 ▲선원 침실. 식당, 공조실 등 통제구역 과도 지정 ▲통제구역 출입자 관리·CCTV 화질 불량 ▲선원구역 출입문 상시 개방으로 테러, 납치·점거 등에 취약 ▲선박 보안책임자 임명 및 보안장비 현황 파악 미흡 ▲상갑판, 여객이동통로 등 안전·보안상 중요지점에 CCTV 미설치 ▲화재 등 비상대응 태세 부실 ▲선박 출입문 통제 및 차량 적재상태 부적절이 미비점으로 지적됐다"며 "이에 따라 국정원은 ▲CCTV추가 설치 ▲비상상황 발생 시 각 임무 숙지 ▲진화장비 추가 ▲비상 대피로 확보 등 미비 항목별로 개선대책을 제시하였음"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27일 보도 자료에서는 "당시 현장에서 기관별로 소관사항에 대해 언급하였고 국정원도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 공개한 100개 항목중 4개 항목(15~18번)인 ▲ 보안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CCTV 추가 신설(브릿지 LIFERAFT 2곳·트윈데크 2곳) ▲ 비상시에 대비 객실內 일본어 표기 아크릴판 제거 ▲ 탈출방향 화살표 제작 및 부착을 보안·對테러상 개선 필요사항으로 언급한 바 있다"면서 "'직원 휴가계획서', '작업수당 보고서 제출' 등 나머지 사항들은 유관기관에서 제기한 사항 및 세월호 자체설비 공사와 관련된 내용으로 국정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처음부터 세월호가 취항하기 전 보안측정을 했고 사전에 예비점검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지적사항을 공개했더라면 상당부분 의혹은 풀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부인하거나 발뺌하거나 감추다보니 불신이 쌓이고 그래서 국정원이 뭐라고 해도 믿기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재직시절 '남북정상회담 대화록'도 국정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는 이유로 법률을 바꾸면서까지 공개했던 국정원이 국민적 의혹사항에 대해서는 보안을 이유로 감추거나 공개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세월호 가족대책위. 윤창원기자
▶가족대책위의 의혹제기와 국정원의 해명 중 누구의 말이 맞는 거냐?= 지금으로서는 누구의 말이 맞다. 틀리다. 단정하기는 이른 것 같다. 가족대책위의 입장에서는 국정원의 개입 정황을 나타내는 문건이 드러난 만큼 의혹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일단 국정원의 해명대로 해양수산부(구 국토교통부)에서 '세월호의 국가보호장비 지정을 위한 보안측정 요청'(2013년 2월 20일 접수, 3.18~20일 실시)이 있었고 측정을 하기 전 사전 점검(2013년 2월 26일과 27일 점검)이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른 기관들이 국정원과 함께 사전점검을 한 사실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보안점검에 동행했다는 인천항만공사의 직원으로부터 직접 확인을 했는데 "대테러 점검차원에서 세월호 보안점검에 참여한 사실이 있다"는 얘길 들었다. 이 항만공사 직원은 "자신은 폐쇄회로(CC)TV 담당자여서 세월호 선박 화물칸 CCTV와 조타실 옆 통행로 구역에 CCTV를 설치하라고 지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른 기관에서는 어떤 지적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서로 공유하지 않아 모른다"면서 "당시에는 선박개조 부분에 대한 점검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는 국정원의 해명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물론 다른 기관에서도 어떤 점검을 했는지 또 어떤 지적사항을 내놨는지 추가확인을 해야 하겠지만 사전점검을 했다는 건 사실로 보인다.
국정원의 해명을 사실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단 문건을 작성한 선원을 밝혀내서 조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문건의 작성경위나 국정원의 지시여부가 드러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미 구속된 선원이 문건의 작성자일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유병언씨의 시신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건 작성자에 대해 검찰이 조사해서 '선원이 임의대로 작성한 것'이라고 발표한다면 전적으로 이를 신뢰할 수 있겠나 하는 문제가 남는다.
침몰한 세월호 (사진 = 해경제공)
▶ 세월호 3대 미스터리는 뭐냐?= 야당에서 세월호 '3대 미스터리'를 제기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과 '유병언 사망 괴담',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미스터리'를 '세월호 참사 3대 미스터리'로 규정하고, 진실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며 공세를 폈다.
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한 무수한 의혹, 그 진상이 밝혀지기는커녕 새로운 미스터리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수많은 의문들 중 세월호 참사의 3대 미스터리는 꼭 밝혀져야 한다"며 3대 미스터리를 제시했다.
첫 번째 미스터리는 '국정원의 세월호 실소유주 의혹'으로 "세월호 업무용 노트북에서 국정원이 세월호의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문서가 나왔다. 국정원이 세월호에 대해 100가지 사항을 점검했다는 것이다. 천 톤 이상의 국내 여객선 중 유일하게 세월호만이 해양사고 발생 시 국정원에 보고하도록 되어있다고 한다. 국정원과 세월호는 무슨 관계인지 반드시 해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 미스터리는 '유병언 사망' 괴담으로 "자살인지 타살인지 사인조차 밝혀내지 못했고, 사망시간이 언제인지, 사망 장소가 어디인지도 오리무중이다. 순천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씨와 다른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며 "이제는 대통령이 유병언 미스터리를 직접 해명해야할 시간"이라고 압박했다.
세 번째는 '대통령의 감춰진 7시간'의 미스터리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7시간동안 대면보고를 받지도 않았고, 심지어 김기춘 비서실장도 대통령이 어디에 있었는지 모른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구조의 골든타임에 과연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새로운 의혹이 한 가지 더 추가된다.
남재준 전국정원장. 윤성호기자
남재준 국정원장의 갑작스런 경질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조작' 등 갖가지 의혹에도 불구하고 남재준 전 원장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그러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고 국정원이 가장 먼저 보고를 받았다 아니다는 논란이 일자 남 원장을 전격 경질했다.
모양새는 남재준 원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었지만 후임 국정원장이 임명되기도 전에 유진룡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처럼 면직해 국정원장 대행체제로 가도록 함으로서 사실상 경질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