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7.30 재보궐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의사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7.30 재보궐선거 이후 새정치민주연합에게 닥친 후폭풍이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사퇴했을 뿐 아니라 대권 주자였던 손학규 상임고문도 전격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런 와중에 당은 세월호 정국에서 대패하면서 '백지상태'에서 진로를 다시 모색해야 하는 난제까지 안게 됐다.
7.30 수원병(팔달) 재보선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손학규 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이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은퇴를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대권주자 손학규 정계 은퇴…"너무 많은 것을 잃어"이번 선거 패배는 야권 대선주자들에게 적지 않은 생채기를 냈다. 유력한 대권 주자였던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를 실현하지 못하고 당직을 내려놓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대권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기다가 또 다른 유력주자인 손 상임고문은 정계를 은퇴하는 결심을 내렸다.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 두 사람은 대권 주자로 반열에 다시 오르기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손 고문의 은퇴선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안타깝다"는 탄성이 나왔다. 거물급 정치인이 불모지에 도전했다가 낙마했지만, 외부변수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손학규계 한 의원은 "주변에서 다들 만류했지만, 본인이 결정을 이미 내린 상태였다"고 전했다.
손 고문은 주변 인사들에게 "항상 나갈 때를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때인 것이다.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고문의 은퇴선언은 가뜩이나 가라앉은 당내 분위기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안 대표와 손 고문 외에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정치신인에게 패배하면서 향후 대권가도에 발목이 잡혔다.
세월호 정국이라는 야권에 유리한 환경에서 패배한만큼 새정치연합의 무력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한 당직자는 "선거 한 번으로 너무 많은 것을 잃었다"며 "당내 중요한 자산들이 허무하게 날아갔다"고 평가했다.
예상 밖의 참패로 세월호 특별법 등 대여 관계를 주도할 동력도 잃어버린 상태다.
세월호 국조특위 간사인 김현미 의원은 트위터에 "개인적 낙선과 당의 패배도 여러 번 겪었음에도 마치 처음 당하는 것처럼 아프다"라며 "누군가는 독하게 악물고 현실을 뚫어야 하고, 그 누군가가 나여야 함에도… 마음이 잡히질 않는다"라는 글을 올렸다.
31일 오전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7.30 재보궐 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한 뒤 국회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제1야당 갈길 잃어…의사결정 시스템 등 당내 정비 급선무새정치연합은 제1야당으로서 존재 기반이 크게 흔들리는 위기를 수습하는 게 급선무다.
당내 불안전한 의사결정 시스템도 정비해야 하고, 색깔과 노선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상황이다.
위기감이 번지면서 요란하게 분출될 것으로 예상됐던 조기 전당대회 요구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정청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 어떻게 변혁할 것인가'라는 제목이 성명을 통해 "당무위원회도, 각 지역위원회도 존재하지 않았다"며 "지역위원회가 없다 보니 대의원도 상무위원회도 지역 위원회 운영위원회도 없는 초유의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담보할 시스템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미애 의원은 "당이 위기에 처했다"면서 "그러나 이 위기가 또 다른 분열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와 쇄신의 동력이 돼야한다"며 변화를 요구했다.
위기국면에서 사령탑(대표 직무 대행)을 맡은 박영선 원내대표는 향후 며칠간 '도시락 회의'를 주재하고 당의 진로에 대해 모색할 방침이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당내 원로인 상임고문단에서 초선의원까지 두루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라며 "아직 당의 운영방향이나 우선순위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 백지 상태에서 차근차근 해야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