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망자 수가 실제보다 50%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미국 CBS방송은 에볼라 발병국 가운데 하나인 라이베리아에서 활동하는 의사의 말을 인용, 서아프리카의 실제 에볼라 감염·사망자 수가 세계보건기구(WHO) 공식 수치인 887명을 훌쩍 뛰어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의사는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지 주민들이 에볼라 환자 발생 보고를 꺼리고 감염자 시신을 몰래 매장하고 있어 실제 에볼라 사망자는 WHO 공식 집계보다 최소한 50% 이상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지금까지 1천603명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이 가운데 88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하고 있으나 현재 55%대인 사망률이 더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번에 발견된 에볼라 바이러스는 다섯 종류 가운데 가장 치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자이레 종으로, 이전 자이레 종 발병 사례의 평균 사망률은 78.5%였다.
벤 뉴먼 영국 레딩대 바이러스 전문가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 단계가 말기에 이를수록 사망자가 늘어나 사망률도 80% 수준으로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처음 에볼라 환자가 발생한 기니의 경우 사망률이 이미 74%에 달해 상대적으로 발병 초기단계에 있는 라이베리아(54%)나 시에라리온(42%)보다 높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확산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에미레이트항공에 이어 영국항공도 이날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으로의 운항을 중단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대다수 항공사는 운항을 계속하고 있지만 승객 검역을 강화하며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에 감염돼 이날 미국으로 송환된 낸시 라이트볼(59)은 조지아주 애틀랜타 에모리대 병원으로 후송, 앞서 귀국한 켄트 브랜틀리(33) 박사와 같은 격리 병동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이 송환 전 실험용 에볼라 치료제 '지맵'(Zmapp)을 투약하고 건강이 호전됐다는 소식에 서아프리카 환자들에게도 이를 공급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를 공동 발견한 피터 피옷 박사 등 에볼라 전문가 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프리카 국가들이 현재 임상연구 중인 몇몇 약과 백신의 활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NEWS:right}
실험용 치료제를 쓰게 해달라는 서아프리카 환자와 가족의 요구도 빗발치고 있다. 톨베르트 니옌스와 라이베리아 보건부 차관보는 사람들이 '에볼라 치료법이 없다는데 미국인 환자들은 낫고 있지 않느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면서 "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맵 개발 회사 '맵'의 케빈 웨일리 대표는 "에볼라 치료에 큰 역할을 하고 싶다"면서도 "지맵에 안전상 문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새 치료제 특유의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아프리카를 방문했다 귀국한 뒤 에볼라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40세 남성이 시에라리온에 다녀온 후 격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미국 오하이오주의 46세 여성도 에볼라 의심 증세를 보였으나 음성 판정을 받았다.
뉴욕 존에프케네디(JFK) 공항에서도 아랍에미리트에서 온 승객에게 의심 증상이 나타나 긴장이 고조됐으나 에볼라가 아닌 단순 발작으로 판명됐다고 CBS방송이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