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은 18일(현지시간)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지구촌 현안에서 일상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질문에 답했다.
교황은 특히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는 "정당하지 못한 침략 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자를 막는 일이 정당하다고만 말할 수 있다"며 "막는 행위 자체는 정당하지만, 그 수단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다음은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일문일답 요지.
-- 세월호 유족들을 만났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나.
▲ 인간의 고통과 직면했을 때에는, 마음이 시키는대로 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부모, 혈육을 잃은 형제자매, 그리고 그들의 엄청난 고통을 생각해보라. 내가 건네는 위로의 말이 죽은 사람에게 새 생명을 줄 순 없겠지만, 지금 이 순간의 위로는 우리에게 힘을 주고 연대할 수 있게 한다.
-- 교황의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하지 않았나.
▲ 이것(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노란색 추모 리본)을 달고서 한나절이 지나자 누군가 오더니 중립을 지켜야 한다며 리본을 떼는 게 좋을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
-- 명동성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집전하기 이전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한 배경은.
▲ 그들은 고통을 겪었음에도 인간적인 품위를 지니고 있었다. 이분들은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고 그것은 잔혹한 일이었다. 이분들이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 한국 국민들은 전쟁과 분단을 거치며 많은 고통을 겪었지만 품위를 잃지 않았다.
-- 북한과 관련한 입장은 무엇인가.
▲ 많은 이산가족이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단이 낳은 고통이다. 그러나 남북한은 한형제이고 같은 언어를 쓴다는 점은 우리에게 희망을 준다. 나는 분단의 고통이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것이 끝나기를 기도하고 있다.
-- 교황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영공을 지났는데, 앞으로 중국에 방문할 생각이 있는가.
▲ 내일이라도 당장 중국에 갈 생각이 있다. 교황청은 중국 국민을 존중한다. 우리가 (중국에) 요구하는 건 종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종교의 자유다. 다른 조건은 없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중국에 보낸 서한(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천주교애국회는 가톨릭 교리와 양립할 수 없다는 내용)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
-- 미국의 이라크 공습을 지지하는가.
▲ 정당하지 못한 침략 행위가 있을 때 그 행위자를 막는 일이 정당하다고만 말할 수 있다. '막는다'고 표현했지, 폭탄을 떨어트리거나 전쟁을 일으켜야 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다. 막는 행위 자체는 정당하지만, 그 수단에 대해서는 평가가 필요하다. 한 나라 혼자서는 정당치 못한 침략자를 어떻게 막을 지 판단할 수는 없으며, 논의가 필요하다.
-- 이라크를 방문할 수도 있나.
▲ 그렇다. 기꺼이 그럴 수 있다. 그것이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지는 몰라도 준비는 돼 있다.
--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본다면 교황청이 지난 6월 8일 실시한 평화기도는 실패였다고 생각하는가.
▲ 평화기도는 절대 실패가 아니다. 여전히 기도의 문은 열려 있다. 평화는 하느님이 주신 선물이지만, 우리가 노력을 해야 평화를 얻을 수 있다.
-- 엄청난 인기를 어떻게 관리하는가.
▲ (나로 인해) 주님의 백성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내면적으로는, 자만하지 않기 위해 내 죄와 잘못을 돌이켜보려고 한다. 인기는 짧은 시간만 지속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2~3년이 지나 그 뒤에는 (하느님) 아버지의 집으로 가게 될 것이다.
-- 바티칸에서 교황의 일상생활은 어떠한가.
▲ 자유롭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주어진 직책이 있지만, 나 자신의 삶은 내가 할 수 있는 한에서는 가장 평범한 것이다. 교황청 내에서 일하고 휴식하며 수다도 떨며 정상적인 생활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