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우측)와 이완구 원내대표. 윤창원기자
새누리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을 직접 만나는 등 정부·여당이 세월호정국을 주도해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됐다. 이완구 원내대표 등을 중심으로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23일 오전 연찬회 이틀째 일정인 자유토론에서 정병국·황영철·정미경 의원은 세월호특별법과 국정조사 증인 문제 등에서 전향적인 양보를 지도부에 촉구했다. '집권여당인 우리가 세월호 정국을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단식 중인 가족들을 만나야 한다'는 게 골자다.
정병국 의원은 "참사 당시 대통령은 유가족에게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국가개조 차원에서 접근하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당은 국정조사 증인채택 과정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4번이나 국회에 나왔으니 안된다'고 하는데,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면 10번인들 못 나오겠느냐. 이해가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왜 유가족이 국회에서 농성하고, 단식하게 하는 상황까지 오게 만들었나. 우리가 야당에 떠넘길 게 아니라, 유가족을 직접 만나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설득하고 신뢰를 줬다면 이렇게 됐겠느냐.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통령도 유가족 만나야 된다.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병실을 찾아가야 한다"며 "세월호 문제를 놔두고 백날 혁신을 외쳐봐야 국민에게는 쇼(show)로 비쳐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황영철 의원은 "민원인들이 제기하는 민원은 해결해주기 어려운 경우가 많지만, 정작 민원인들은 자신의 얘기를 국회의원이 들어줬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풀린다"며 "국정의 원칙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세월호 유족들을 따뜻하게 대했느냐. 아닌 것같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가슴으로 접근해야하고, 유족들을 만나야 한다"며 "대통령도 만나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까운 시기에 유족을 만나는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미경 의원은 "우리 앞에 세월호가 놓여 있고 이 숙제는 풀어야 한다. 왜냐, 우리는 집권여당이기 때문"이라며 "꽉 막힌 정국에서 세월호 문제를 못풀면 한발짝도 못나간다. 야당은 야당의 기능을 상실했고, 우리 스스로 해법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특별검사 추천권은 다 유족에 줘도 된다. 사법체계 혼란이 우려된다면 진상조사위원회를 법률가들로만 구성하는 대안도 있다"며 "유족은 뭘 달라는 게 아니라 살려달라는 것이고, 이들의 한풀이 누군가는 해야 한다. 기존 협상안을 잊고 새 협상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반면 이노근·안덕수 의원은 추가 재협상은 안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의 유족 접촉도 반대했다.
이노근 의원은 "협상에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가 정통성이나 헌법 가치가 무너질 정도로 양보한다니, 양보라는 말로 포장해서는 안된다"며 "응급적 상황을 넘기겠다고 대통령이 유가족을 만나게 하는 명분없는 일도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RELNEWS:right}안덕수 의원도 "세월호특별법은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엄연한 법치국가서 어떻게 피해자들이 자기들 원하는 법을 만들어달라고 하느냐"며 "우리 당이 더 이상 개입하면 일을 악화시킨다.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서도 우리가 손을 대면 안된다"고 밝혔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토론 마무리발언을 통해 "원칙은 지키되 유연한 자세로 유가족과의 대화를 열어놓겠다는 전향적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야당의 김기춘·정호성 국정조사 증인채택 요구에 대해 "북이 청와대 핵공격을 거론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7시간 일거수일투족을 밝히라는 것은 곤란하다. 아무리 급해도 이 원칙을 못지킨다면 집권당 원내대표를 관둬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법에 대해서도 "지난 두번의 협상은 모두 야당이 깼다"고 선을 그었다. 유가족 접촉 문제에는 "협상 책임자인 내가 가족을 직접 만난다면 그 자리에서 가족 요청에 답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반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