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 아빠' 김영오(47) 씨가 단식을 중단한 뒤 처음으로 대규모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가 30일 서울 광화문 농성장에서 열렸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주최 측 추산 5,000여명, 경찰 추산 2,0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특별법 제정 촉구 국민대회'를 열고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는 정치권을 비판하면서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는 특별법을 위해 농성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원회 김병권 위원장은 "야당은 가족과 국민을 무시했고, 여당은 이제야 가족과 면담을 하지만 한발짝도 나갈 수 없다고 공공연히 얘기하고 있다"며 "유가족의 정당한 요구조차 근거없는 유언비어로 더럽혀지면서 특별법 제정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우리가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의 희생도 헛되어질 뿐 아니라 국민 성원도 버려질 것"이라며 "이 사회가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되도록 유가족들은 국민을 믿고 힘을 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집회에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전남 진도항에서 출발해 이날 농성장에 도착한 '생명과 정의의 도보 순례단' 20여 명이 참석해 도보 순례 기간 동안 착용했던 세월호 실종자 10명의 얼굴이 새겨진 노란색 조끼를 가족대책위에 전달했다.
이에 앞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이날 오후 4시쯤 농성장 맞은편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특별법 제정 촉구를 위한 문화제'를 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틀 전인 지난 28일 김 씨가 단식을 중단하면서 유가족 농성과 이날 집회가 동력을 잃지 않겠냐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또 "집회 시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일관되게 적용하겠다"던 강신명 경찰청장 취임 이후 첫 대규모 도심집회로 청와대로 행진하는 시민들에 대해 경찰의 강경 진압이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국민들의 지지와 관심이 더 절실할 때라고 호소했다.
경기도 안양에서 집회에 온 이준필(34) 씨는 "특별법에 대해 정치권이 아무 것도 처리하지 못하고 있어 답답한 상황"이라며 "더이상 정치권에 맡겨둘 수 없는만큼 오히려 직접 행동하려는 시민들이 더 많이 생겨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서울 강동구에서 온 이순이(51) 씨도 "김 씨가 단식 투쟁을 마치면서 얼마나 괴롭고 비참한 심정일까 싶었다"며 "이제 내 힘이라도 실어주자는 생각에 오늘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집회를 찾았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뒤 6시 40분쯤 유족들은 청운동주민센터 앞으로 이동해 저녁 7시 20분쯤부터 거리 농성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