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참가한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제2차 규제개혁장관회의가 한 차례 연기된 끝에 3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개최됐다. 지난 3월 1차 회의가 열린 지 5개월여 만이다.
이날 회의는 끝장토론 형식으로 진행돼 7시간 만에 끝났던 1차 회의와 달리 당초 예정했던 3시간에서 1시간 넘긴 4시간 동안 진행됐다.
박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끝장토론이 아니니 안심하라고 했지만 마무리 발언에서 "끝장 토론 비슷하게 됐다"면서 "우리의 열정이 뻗치다 보니까 시간이 오버됐다고 생각하기 바란다"며 양해를 구했다.
◈ "빨리, 빨리…과감하게 확 풀어야"박 대통령은 토론 내내 낡은 규제를 빨리, 과감하게 풀 것을 주문했다. 우선 인사말에서 "우리 경쟁국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하고 있는데 우리의 규제개혁은 너무 안이하고 더딘 것이 아닌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규제개혁 속도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우리 산업의 혁신을 가로막고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낡고 불합리한 규제를 더 빨리, 더 과감하게 개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으로부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후속조치 상황을 보고 받은 뒤에도 "사실 1차 회의 때 취합된 현장건의 52건, 손톱 밑 가시 92건의 경우에도 각 부처가 좀 더 신속하게 하려는 의지만 가졌더라면 완료 시기를 더 앞당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규제개혁에 임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를 질책했다.
그런가 하면 상수원 보호구역 규제에 따른 애로 사항에 대해 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관계 법령을 개정해서 내년 중에는 그런 부분들은 허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하자 "내년이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규제를 여러 건 모아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는 만큼 할 수 있는 것들은 하루라도 빨리 해결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장에서 빨리 빨리 할 수 있는 것은 하루도 기다리지 말고 빨리 빨리 처리를 함으로써 체감이 되고, 그 현장에서 용기를 갖고 일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지체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실타래 같이 얽혀 있는 규제를 웬만큼 풀어서는 체감이 안 된다며 "눈 딱 감고 화끈하게 풀어야 한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특히 국토부에 대해서는 "그렇게 해야 간에 기별이라도 가지 그렇지 않으면 풀었는지 안풀었는지 알 수 없다"며 "그러니까 아주 눈 딱감고 푸세요. 전부 그냥"이라며 대폭적인 규제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 1차 때보다 분위기 부드러웠지만 따끔한 질책도…'박비어천가'도 등장박 대통령은 1차 회의 때 "실시간으로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알아야 되지 않겠냐"고 질책하는가 하면 "계획이 뭐냐", "그러면 왜 선정했냐" 등의 질문을 던져 해당 장관들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1차 회의에 비하면 2차 회의의 분위기는 부드러웠다. 박 대통령도 속도감 있고 과감한 개혁을 회의 내내 강조했지만 1차 때에 비해 한결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토론자들 사이에서 나오는 우스갯 소리에 같이 소리내어 웃었고, 박 대통령 자신이 먼저 웃음을 지으며 말을 시작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따금 나오는 박 대통령의 한마디는 회의장 분위기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김포 로컬 푸드 방문한지 좀 됐는데 거기에서 이런 규제, 저런 규제 풀겠다고 한 게 왜 아직 착수 안됐냐'는 질문에 이은 박 대통령의 발언에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결국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했다.
박 대통령을 찬양하는 발언도 나와 회의 현장에서는 큰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듣는 이에 따라서는 눈살을 찌푸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RELNEWS:right}
부산에서 올라온 김모 사장은 "오랫동안 대통령님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오늘 이 자리에 규제의 빗장을 풀자고 참석하신 대통령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니 가슴이 탁 트인다"고 아부성 발언을 했다.
또 건축허가 문제로 부산시와 산하 구청 사이에 끼어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서 "저희들 어머님이신 대통령님도 나오셨는데 제발 이 형제들 싸움 좀 말려 달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