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지난 3월 열린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의 화제는 단연 '천송이 코트'와 '푸드 트럭', '엑티브 X'였다.
1차 회의 이후 이들 단어들은 우리 사회에 얽히고 설킨 규제들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상징이 됐다.
3일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도 우리 사회의 규제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그대로 발표돼 관심을 끌었다.
◈ 상반된 시 고시와 구청 고시…중간에 끼어 하루 100만원씩 날려부산에서 올라온 김모 사장은 부산광역시의 고시와 공고문을 보고 68억원에 토지를 샀다. 총 건축비는 160억원이 들어가고 총 투입되는 비용이 300억원에 이르는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다.
하지만 토지자금을 납부하고 건축허가를 얻기 위해 구청에 건축허가를 접수하면서 구청의 또 다른 고시 때문에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들었다.
부산시에 사정을 얘기했지만 광역시 고시가 우선이니 구청에서 하라고 했고, 구청에서는 구청 고시가 맞다며 광역시에서 가서 풀어 오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김 사장이 땅 매입 등 지금까지 쓴 돈은 90억원이다. 건축허가가 지연되면서 90억원의 하루 이자 100만원이 고스란히 매일 날아가고 있다.
김 사장은 박 대통령에게 "제발 이 형제들(부산시-구청) 싸움 좀 말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 학원 간판 달아도 불법, 창문에 글씨 써도 불법…건너편 상가는 둘 다 가능대전에서 발레무용학원을 운영하는 박모 원장의 얘기도 우리나라 규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나타내준다.
박 원장은 상업지역 상가 4층에 무용학원을 열었는데 간판을 달아도 불법이고 외부 창문에 글씨를 넣어 홍보를 하는 것도 불법이었다.
박 원장은 "학원을 하기 위해서는 간판이나 창문광고가 얼굴인데 규정상 안된다고만 하면 얼굴 없이 어떻게 영업하라는 것이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박 원장은 "더구나 길 건너편 건물은 간판이나 창문형 광고를 모두 허용해 주고 있다"면서 "이는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김문겸 중소기업 옴부즈만의 사례 발표에서도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이 그대로 묻어난다.
김 씨에 따르면 모 지자체는 최소 설치대수를 30대로 규정하고 있는 기계식 주차시설에 대한 규제 때문에 소규모 주차시설을 설치할 수 없다.
3일 열린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 법령에도 없는 주민동의 요구…소송에서 이겨도 지자체는 '모르쇠'공장을 신개축 하려는 중소기업 업자는 주민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제를 두고 있는 지자체도 있었다.
법령에도 없는 주민동의를 이유로 지자체는 불허가 처분을 하고 기업이 소송에서 이겨도 지자체는 허가를 미루고 질질 끈다는 것이다.
음식업체의 애로 사항도 많다. 모 음식점은 건물 밖 사유지에서 야외 테이블 영업을 하다 구청의 위생 단속에 걸려 영업 정지 일주일을 받았다.
여름철에 야외 테이블을 요구하는 손님은 많은데 안된다고 하면 손님을 그냥 가는데, 지자체장이 옥외 영업 가능지역을 별도로 지정할 수 있음에도 이를 지정해 준 사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건축사무소 이모 대표의 건축심의 관련 경험은 건축과정에서 투자자와 설계자가 동시에 겪는 어려움을 잘 보여준다.
이 대표는 백화점을 설계해 심의를 요청했다. 그런데 심의위원중 한 명이 그 자리에 그 규모의 백화점을 짓는 것이 과연 맞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그래서 심의에서 지적된 사항에 대한 답을 열심히 만들어 한 달 후에 심의에 들어갔지만 해당 심의위원은 안나오고, 다른 심의위원이 나와서 다른 얘기를 했다는 것이다.
결국 심의만 6번 정도 받았고, 그러는 과정에서 투자자는 토지를 사놓고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투자 시기는 놓치는 문제에 직면했다.
이 대표의 얘기를 들은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저도 학교(연세대)에 있을 때 학교 건물이나 기타 등등 지어본 경험이 있는데 그대로다"면서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서 장관은 그러면서 "건축심의는 확실하게 고치겠다"고 약속했다.
◈ 5개년 계획인데 1년만 돈 나오고 삭감…어이없는 기획재정부이날 2차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는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례도 적나라하게 폭로됐다.
한국곤충산업협회 백유현 회장은 곤충을 식량화 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겪었던 황당한 사례를 소개했다.
2010년 곤충육성법이 제정되면서 그 법에 의해 연구비 지원이 나왔다. 그런데 5개년 계획임에도 1년만 나오고 기획재정부에서 돈을 삭감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