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나토 28개 회원국 정상들은 4일(현지시간) 영국 웨일스에서 회의를 열고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집단안보 강화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나토 정상들은 동맹국을 둘러싼 안보 위협을 전례 없는 수준으로 진단하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촉발한 러시아와 함께, 미국인 기자 2명을 참수한 이라크의 수니파 반군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를 겨냥해 단호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총장은 이날 "동쪽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고, 남동쪽에서는 IS의 잔학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며 "증가하는 안보 위협에 맞서 동맹국의 안보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라스무센 총장은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발호한 IS를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며 "이라크 정부가 나토에 IS 격퇴를 위한 군사 지원을 요청한다면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접경지대의 군대를 철수하고 반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야 근본적인 위기 해소가 가능하다고 촉구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동유럽에 대한 러시아의 공세와 이라크 북부 IS의 잔학 행위를 지목하며 "나토 동맹국이 전례 없는 안보 위협에 직면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캐머런 총리는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군이 활동하는 현 상황은 용납할 수 없다"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서방국의 압력은 더 강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라크 사태를 둘러싼 공습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서방의 이런 개입은 이라크와 쿠르드 자치정부 등 당사자의 요청을 전제로 해야 함은 물론 인접국과 동맹국의 의견에 반해서도 안 된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미국이 희망하는 IS 공습을 위한 국제 공조 현안은 물 위로 떠오르지 않았지만, 주변국의 지원과 이라크 정부의 종파 갈등 해소 노력이 선행된 다음 당사국의 지원 요청이 전제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BBC가 전했다.
정상들은 회담 첫날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따른 사후 관리 방안을 주제로 한 전체회의를 가졌다.
라스무센 총장은 아프간에 대해서는 임무가 종료되더라도 군사교육과 재정 지원을 제공하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협력국으로 초청된 우크라이나의 페트로 포로셴코 대통령은 나토에 군사적 지원을 호소하며 다음날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에서 열리는 반군, 러시아,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등과의 다자회의에서 점진적 평화 정착을 위한 휴전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전 캐머런 총리와 함께 인근 초등학교를 방문하고서 개별회담과 전체회의 일정을 소화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인 나토 정상들은 이틀 일정의 이번 회의에서 집단안보 원칙을 재확인하고 동유럽 신속대응군 창설 등 실행 방안 도출을 모색한다.
이날 회의장 주변에서는 반전운동가 등 시민 수백 명이 참가한 가운데 나토를 규탄하는 반전 시위도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