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영변에 있는 5㎿급 가스 흑연 원자로를 가동 중이라는 징후를 포착했다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4일(현지시간) 밝혔다.
IAEA는 이날 발표한 영변 핵시설에 관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핵폭탄 제조용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흑연 원자로의 가동을 보여주는 수증기와 냉각수의 배출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해 4월 핵 억지력을 모색하기 위해 영변 핵 단지 내 흑연 원자로를 다시 돌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미국 주도의 침략전쟁에 대응할 수 있는 '보검'이라고 주장해왔다.
IAEA는 이번 보고서에서 북한 핵개발 계획이 "여전히 심각한 문제로 남아있다"며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 영변의 상황을 계속 감시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2013년 8월 이래 IAEA가 위성 영상을 분석해 흑연 원자로에서 수증기 방출과 냉각수 유출 사실을 관측했으며 이는 원자로 가동과 일치하는 증좌"라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는 "IAEA가 2009년 4월 이후 5MW 원자로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원자로의 가동 상태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2009년 북한이 IAEA 사찰요원을 추방한 후 북한에는 사찰요원이 없는 실정이다.
영변 원자로는 수년 동안 사실상 정지 상태에 있었으며, 북한은 2008년에는 북핵 6자회담을 겨냥한 신뢰구축 조처로서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기도 했다.
북한이 원자로 재가동 계획을 밝혔을 때 전문가들은 그간 시설을 내버려두는 동안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면 약 반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관련해 아마노 유키야(天野之彌) IAEA 사무총장은 작년 말 북한이 영변 연구용 원자로를 재가동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도 6월 말 촬영한 위성사진에서 원자로를 가동하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표했다.
보고서는 영변 핵 단지 여러 곳에서 보수작업과 건설공사가 계속 진행됐다며 "이런 활동의 목적을 위성 영상만으로는 확실히 알 순 없지만, 핵보유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과는 대체로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