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한국 사회에서 남성은 사회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여성보다 우월한 지위를 가진 것으로 여겨지지만 '남성 유아교사'의 삶은 다르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남성교사의 비율은 1.7%로, 다른 교육기관에 비해 매우 낮다. 소수인 이들은 여교사들 틈에서 혼란과 갈등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9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아동복지학과 권소영 씨는 석사학위 논문 '소수자로 살아가는 남자 유아교사의 삶'에서 여교사와의 차이를 인식하면서도 여교사를 닮고자 하고, 그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남 교사의 모습을 분석했다.
분석은 남성 유아교사 6명에 대한 심층 면담을 통해 이뤄졌다.
예비교사 시절 좋은 성적을 위해 잠깐씩 여성스러운 모습을 따라 했던 남 교사들은 정식 교사가 되고 나서도 굵은 목소리와 큰 체격 등 자신의 남자다움에 대해 스스로 민감하게 의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따라할 만한 선배나 동료 남 교사가 없다 보니 여교사의 모습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졌고, 이는 두려움과 혼란을 가중시켰다.
남자중학교·남자고등학교를 나온 A 교사는 "남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남성성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모델링할 수 있는 사람이 여교사뿐"이라며 "스스로 남성성을 버리고 여성성을 입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를 권씨는 "남 교사들이 여교사를 닮아가느라 '힘센 여교사'가 되어 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학부모들은 이들이 남성 유아교사가 되기까지의 삶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며 불안감을 내비치는 일도 있었다. 불안은 교사에게 전해져 교직수행에 어려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교사 경력 2년차인 B 교사는 "초임이라 두려움이 있는 터에 학부모들이 걱정스럽게 '어디서 어떻게 배웠는지'를 물으면 더 걱정이 된다"고 토로했다.
아이들과의 관계는 다층적이었다. 아이들은 남 교사의 존재를 낯설어하면서도 교사의 기분 등 상태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고, 남 교사들은 이를 '배려'로 받아들이며 힘을 얻었다.
한편으로는 여자 아이와의 신체접촉에 대한 주변의 우려 등 때문에 끊임없이 타인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다.
C 교사는 "특히 1박2일 캠프기간에는 학부모 대신 아이들을 씻기고 옷을 갈아입혀야 하는 때도 있는데, 여자아이들의 경우 부모에게 전화로 동의를 받고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교사와 역할을 분담한다"고 했다.
권씨는 "남 교사들은 채용 단계뿐 아니라 교사직을 수행하는 동안 절망에 가까운 어려움을 겪지만, 훗날 후배들에게 좋은 멘토가 되려는 일종의 역사의식이 있었다"며 "여교사와의 차이를 인정해 현장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