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 일어난 말레이시아 여객기 격추 사건에 대한 책임은 우크라이나가 전적으로 져야한다고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10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쇼이구 장관은 이날 여객기 피격 사건 조사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모스크바를 방문한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사고는 우크라이나 영공에서 일어났다"고 상기시키면서 "우크라이나가 내부 문제를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유혈사태 없이 해결하려 했더라면 이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쇼이구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사고 직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밝혔던 입장을 거의 반복한 것이다.
후세인 장관은 이날 모스크바에 도착해 쇼이구 국방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 등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 만나 현장 조사 등을 통한 여객기 격추 사건 진상 조사를 벌이는데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세인 장관은 전날 자국 전문가단 30명과 함께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고 조사단과 회담했다.
이 회담에서 양측은 호주,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전문가들로 구성된 국제조사단이 최대한 빨리 사고 현장에 재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데 견해를 같이했다고 후세인 장관은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크라이나 측이 제공한 자료를 볼 때 도네츠크주 여객기 사고 현장 주변 상황이 여전히 위험하며 지금 상태에서 조사단의 현장 접근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후세인 장관은 모스크바 방문에 이어 네덜란드를 방문해 역시 여객기 참사 조사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네덜란드 사고 조사위원회는 전날 예비 조사 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 7월 중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상공에서 추락한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가 외부에서 날아온 고(高)에너지 물체에 격추당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전문가들은 보고서에서 언급된 고에너지물체가 지대공미사일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그러나 여객기를 공격한 주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사고 이후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반군이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부크' 지대공 미사일로 여객기를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는 오히려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