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이 혼돈 속에 빠져 있던 16일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가이드라인(지침)을 내렸다.
박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을 통해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기소권을 주면 삼권분립과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로 대통령으로서 할 수 없고 결단을 내릴 사안이 아니다. 특검 추천 위원 2명을 야당과 유가족의 동의가 없으면 추천할 수 없도록 한 2차 합의안이 여당의 마지막 결단"고 밝혔다.
야당과 유가족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강공 입장을 천명하고 난 뒤 오후에 김무성 대표와 이완구 원내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단독 국회라도 열라고 압박했다.
정의화 국회의장과 여당은 박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여 단독국회를 열기로 했다.
이날 박 대통령의 이런 발언과 모습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작심하고 준비한 것이었다.
국무회의에 청와대 풀 기자로 취재한 기자는 "야당과 세월호 유가족, 국민에게 선전포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기춘 비서실장은 이날 국무회의에 앞서 민경욱 대변인에게 "박 대통령의 오늘 국무회의 발언을 잘 챙기라"고 말한 것만 봐도 대통령의 결의와 결단의 발언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지침'성 발언을 보면 지금까지 여·야, 여당과 유가족들 간의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공전에 공전을 거듭한 것은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 때문이 아니었나 여겨진다.
2차 협상 때 이완구 대표가 도저히 양보할 수 없는 안을 양보했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지난달 19일 2차 합의안(재합의안) 이후 지금까지 한 달 동안 그 어떤 진전도 없는 것 또한 김무성 대표가 지난주 후반 야당 중진 의원에게 "세월호 특별법과 관련해 어떤 협상도 안 된다"고 말 한 것 등도 다 박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이완구 대표의 협상력이, 양보 폭이 극히 제한적이고 김무성 대표의 입지가 전혀 없었던 것도 청와대 완강한 '지침'에 묶여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17일 탈당을 철회하고 당무에 복귀한다고 할지라도 세월호 협상을 더 이상 진척시키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완구 대표를 비롯한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은 2차, 재합의안으로 한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야당의 혼란을 틈타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버린 것이다.
대통령의 이런 지침이 나오자 세월호 유가족들과 야당은 강력 반발했고 청와대 앞에서 26일을 기다린 유가족들은 허탈을 넘어 충격에 빠졌다.
유가족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국민은 뜨악했다.
물론 대통령의 세월호 특별법 관련 발언은 새누리당과 보수층, 이쯤에서 세월호 국면을 벗어나자는 국민은 반기는 분위기다.
◈ 대통령의 "국민에 의무 반납" 발언…국회의원 300명에 대한 도전·비판그런데 16일 박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눈여겨볼 대목은 "국회의원들이 국민에 대한 의무를 다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에게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도 돌려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이다.
{RELNEWS:right}국회의원들에 대한 시중의 싸늘한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유신시대 국회 해산 이유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여·야 국회의원 300명에 대한 강력한 도발·비판이자 자존심·자긍심을 긁는 발언으로 읽힌다.